금융 금융일반

"감독-소비자보호로 나누자" "금융사 내부통제 내실화부터" [도마에 오른 금융감독체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3 18:35

수정 2023.08.03 18:35

금융사고 잇따르자 개편 목소리
"소비자 입장 감독체계 새판짜야"
"금융사고, 감독체계와 관련없어"
"한은 역할을 더 키워야" 주장도
"감독-소비자보호로 나누자" "금융사 내부통제 내실화부터" [도마에 오른 금융감독체계]
"현행 금융감독체계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를 실현할 수 없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금융산업과 감독정책을 분리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별개 기구로 신설하는 등 새 감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용우 의원, 금융위법 개정안)

"대형 금융사고 발생은 감독체계 문제라기보다 금융회사 자체 내부통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금융사 자체 내부통제 조직들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경남은행 562억원 횡령사고,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폭락 사태 등 올해도 금융권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직을 분리해서 각각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이른바 '선택과 집중론'이다. 반면 현재의 감독체계 개편보다는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있는 것부터 잘하자'는 취지다.

■"금융감독체계 새판 짜기" 주목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 부처나 관리감독 당사자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이제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감독체계를 살펴봐야 한다"며 "금융소비자보호처 등 소비자 보호조직은 별도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내 △금융사에 대한 검사감독을 담당하는 부문과 △금융민원 및 분쟁해결,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각각의 기능을 강화하자는 주장이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도 금융사고 방지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감원 독립'을 주장해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집행기구인 금감원이 규정 제정권을 갖는 게 당연한데도 금융위가 제정권을 갖고 있어 업무처리 효율이 낮은 측면이 있다"며 "금융위 담당자 1명이 처리해야 할 금융 관련 규제가 수십, 수백건에 달하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분리·독립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정무위 소속 이용우 의원은 2021년 금융위법 개정안을 통해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간 이해상충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2008년 체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과 금감위 통합으로 2008년 2월 금융위가 출범했는데 현 상황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오기형 의원은 지난 2021년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이관, 금감원 내 금감위 운영 △금융감독원 내 소비자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2월 금융분야 학자 300여명이 모인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은 금융산업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행정부에서 독립돼 금융감독 기능을 하는 민간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現제도·조직부터 내실화" 목소리

반면 '있는 제도와 체계를 내실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조직개편을 할 만큼 그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복되는 금융사고는 감독체계의 문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며 "금융위는 정책을 하고, 금감원이 집행하는 현재 체계 자체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사 명령 휴가제 등 이미 마련된 내부통제 제도를 실질화하고, 사내 내부통제 조직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금융사 자체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금감원은 업계에 영향력이 지대하다"며 "사실상 특허산업인 금융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데다 현장과 밀착한 금감원이 독립적으로 규제를 집행하게 되면 입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사고 방지 등 금융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6월 창립 73주년 기념식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며 "감독기관과의 정책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제도개선을 통해서라도 금융안정 목표 달성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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