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에서 140년만의 최대 폭우로 베이징과 허베이성이 큰 피해를 본 가운데 허베이성 최고 관리가 베이징을 지키기 위해 허베이성을 희생시켰다는 식의 발언을 해 민심이 분노하고 있다고 주요 외신이 4일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허베이성 니웨펑 당서기는 전날 관내 줘저우시의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베이징의 홍수 압박을 경감하기 위해 (허베이성에서) 물을 제어하는 조치를 강화하겠다"면서 "이는 수도를 위한 해자(垓字) 역할을 결연히 잘 수행해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 관내 슝안신구에 대해 "우리 성에서 홍수 통제의 최우선 순위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해자(垓字)는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성(城)의 주위를 파 경계로 삼은 구덩이, 못을 말한다.
허베이성 슝안신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천년대계'로 추진하는 대표적인 치적 사업으로, '시진핑 신도시'라고도 불린다.
수도 베이징의 기능 분산을 위해 베이징 남서쪽 100㎞ 지역에 건설하는 슝안신구는 400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국가급 특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일부 누리꾼들은 당국이 홍수 물길을 슝안과 다싱공항을 피해 허베이 쪽으로 향하게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1일에는 중국 수리부 리궈잉 부장이 폭우 대책 회의에서 "슝안신구와 베이징 다싱국제공항 같은 핵심 방어 목표를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일에는 중국농업대 연구진이 소셜미디어에 베이징, 톈진, 슝안의 홍수 통제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저녁부터 허베이성의 7개 집수 지역이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중 2곳은 줘저우 인근이다.
허베이성에는 지난달 27일 오후 8시부터 이달 2일 오후 8시까지 144시간 동안 폭우가 쏟아져 최소 9명이 숨졌다.
피해가 컸던 줘저우시에서는 다수의 마을이 물에 잠겼고 주민들은 고립됐다.
일부 주민은 인근 하천의 수문 개방 전에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했고, 마을 차원의 사전 대피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니 서기의 발언에 여론은 들끓었다. 전날 오후 현재 니 서기의 발언을 인용한 해시태그는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80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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