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미국 영화관들에는 호재가 되고 있다.
극장표 수입을 뜻하는 박스오피스 매출이 올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이하 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기후 위기 속에 올 여름 기온이 사상최고로 치솟자 사람들이 3시간 정도 시원하게 색다른 구경을 할 수 있는 영화관을 찾고 있다.
특히 이른바 '바벤하이머'라고 부르는 블록버스터 영화 두 편, 바비와 오펜하이머 흥행 속에 영화관들은 올 여름 대대적인 관람객 몰이를 하고 있다.
박스오피스프로 수석애널리스트 숀 로빈스에 따르면 올들어 7월 30일까지 박스오피스 매출은 58억달러(약 7조586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8억달러에 비해 10억달러 많다.
세계 최대 영화관 체인 AMC의 경우 지난달 21~27일 1주일 매출이 1920년 회사 설립 이후 10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바벤하이머 흥행 돌풍과 폭염이 효자 역할을 했다.
로빈스는 극장 박스오피스 매출 급증은 관객들의 흥미를 끌만한 영화들이 대거 공개된 덕이 가장 크지만 폭염 역시 큰 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름이 절정을 이루는 8월 폭염이 박스오피스 매출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소 같으면 박스오피스 매출에 감점 요인이 됐을 긴 상영시간도 올해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영시간이 180분, 3시간에 이르는 오펜하이머는 관람객들에게 시원한 영화관에서 세 시간 동안 핵폭탄 개발과 관련한 감춰졌던 역사와 핵폭탄 실험 영상 등을 보는 재미를 안겨준다. 세시간의 피서인 셈이다.
'시원함: 에어컨이 어떻게 모든 것을 바꿨나'라는 책의 저자인 살바토레 바질은 영화관들이 지난 수십년간 에어컨으로 극장 내부가 안락하다는 점을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웠다면서 올해 폭염으로 이같은 마케팅이 특히 잘 먹혀 들고 있다고 말했다.
바질에 따르면 영화관들은 입구를 열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극장 안이 얼마나 시원한지를 피부로 깨닫게 하면서 소비자들을 끌어들인다. 올 여름처럼 기온이 연일 사상최고로 치닫는 때에는 이 낡은 마케팅 전략이 더 없이 훌륭하게 작동한다.
캘리포니아 프레즈노의 영화관 마야시네마프레즈노16은 내부 온도를 20~21℃ 수준으로 유지한다. 프레즈노의 5일 오후 4시 기온은 35℃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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