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총체적 난맥상을 겪었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정부와 민간의 총력 지원으로 가까스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종교계도 조기 퇴영한 참가국 스카우트 대표단에 문화 체험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뜻밖의 '코리아 잼버리'가 열리고 있다.
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경남 거제 저도에 머무르며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및 지자체장, 참모들로부터 잼버리 상황을 실시간 보고 받으며 현안 지시를 내리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새벽부터 밤까지 잼버리를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6박7일의 휴가 중 나흘간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챙기며 '일하는 휴가'를 보내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휴가 첫날인 2일 잼버리 개영식을 찾아 안전 대책 점검을 지시한 데 이어 4일과 5일, 6일에도 폭염 대책과 안전한 먹거리 제공을 추가 지시했다.
특히 '조기 퇴영'을 결정한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과 관련해 "서울과 평택에 머물고 있는 영국과 미국 스카우트 학생들이 안전하고 유익하게 영외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겨달라"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에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휴가 중 잼버리 대회장을 직접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잼버리 대회장을 찾을 가능성에 대해 "실무진 차원에서 여러 가지 검토는 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윤 대통령이 휴가를 뒤로 하고 '잼버리 정상화'에 나서자 중앙정부도 바쁘게 움직였다. 한덕수 총리는 4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잼버리 지원을 위한 예비비 69억원을 의결했고, 이상민 장관과 함께 나흘 연속 대회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6일 기준 온열 증세 예방을 위한 쿨링버스 334대를 야영장에 배치해 운영 중이다. 국방부는 1124평 넓이의 그늘막과 캐노피 67동을 야영장 곳곳에 설치했다. 화장실과 샤워실 위생 개선을 위한 서비스 인력도 1400여명으로 늘렸다.
지자체와 종교계, 기업, 국민들도 '잼버리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17개 시도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활동 프로그램 90여 개를 제시했고, 대한불교조계종은 전국 170여개 사찰 시설을 야영 및 숙박용으로 내어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시와 부산시, 충청북도와 경북 경주시, 강원 속초시 등은 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문화관광 프로그램과 숙소를 제공하기로 했고, 일부 지자체는 야영장에 생수·얼음·구급차·재난회복버스 등 물품과 구급대원을 파견했다.
삼성과 LG, 현대차 등 기업에서도 생수 148만병, 얼음 5만톤, 아이스크림 28만개, 빵 24만개 등 물품 후원과 의료인력, 공장 및 연구소 견학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삼성전자 신입사원 150명은 7일부터 야영장에서 분리수거 봉사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와 지자체, 종교계, 기업이 일제히 '잼버리 살리기'에 나선 것은 150여개국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 처한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국제행사인 잼버리 대회의 성공 여부가 '국가 이미지'는 물론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 속에 이번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153국 중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 3개국 스카우트 대표단은 폭염과 안전 등을 이유로 조기 퇴영했지만, 나머지 150국은 오는 잔류를 결정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언급하며 "나라에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던 경험이 이번에도 다시 한번 재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