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금융 '본PF' 물꼬 터주고, 정부 보증지원 작동 점검 필요"
[파이낸셜뉴스] 부동산 경기침체로 분양시장 등이 얼어 붙으면서 증권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 상승에 새마을금고 사태 악재까지 겹치면서 '부실 뇌관'이 2금융권에서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지역 부동산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고금리 현상과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분양시장이 불황에 빠지면서 개발사업 일정 변경과 지연, 사업 재검토·중단 등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시행사들이 특정 부동산개발사업장 개발자금을 2금융권에서 높은 이자를 내고 빌려 쓰다가 사업이 진행되면서 자산가치가 높아지고 리스크가 줄어들게 되면 1금융권 낮은 이자 자금을 차입하는 방식을 관행처럼 하고 있다.
공동주택, 업무·상업시설, 물류단지, PF공모사업, 지식산업센터 등 다수의 사업을 대상으로 토지소유권 확보, 인허가 취득, 시공사 참여 등의 역할이 2금융권 '브릿지론'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1금융권 '본PF'는 브릿지론에 의해 준비가 완료된 사업을 대상으로 저렴한 금융조건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행 속에 지난해부터 시작된 분양시장 불황으로 2금융권 '브릿지론'을 제1금융권 '부동산PF 본계약'으로 전환하기가 어려워져 대출 연장으로 연명하기에 급급한 사업장이 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23개 증권사가 보유한 PF 익스포저(대출+보증 등의 우발채무) 22조2000억원 중 연내 만기 도래 물량은 7조8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5조원가량이 브릿지론인 것으로 집계된다. 다른 제2금융권 브릿지론을 합치면 연내 만기 도래 물량이 1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릿지론은 대체로 만기가 짧기 때문에 상반기에 만기 도래한 물량은 대부분 6개월~1년씩 만기 연장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본PF 전환이나 원리금이 회수된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의 지나친 개입이 시장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지는 않는지 이번 기회 점검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높다.
금융당국에서 1금융 본PF 취급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한국주택금융공사(HF) 보증서를 강요함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보증서 발급이 가능한 사업만 선별해 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도 브릿지론 단계에 있는 공동주택 일부만 보증서 발급대상이 되고 있다.
보증서 발급대상이 되지 못하는 약 95% 이상의 브릿지론 단계에 있는 사업들은 사업 준비를 끝내고도 보증서 발급이 불가해 기한 연기만 하고 있는 상황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어쩔수 없이 1금융권 본PF로 전환한 경우 비보증 사업에서 1군 대형건설사들이 참여하고도 담보력이 높은 1순위 대출이자가 7~10%, 수수료 5~10% 수준이다. 일부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PF 3000억원 규모 대출에 수수료를 1000억원 수준까지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보니 금융당국의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올만하다.
금융당국의 보증서 PF대출 가이드라인이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브릿지론 연체를 해소하기 위해 준비가 끝난 사업의 경우 본PF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은 보증서가 발급되는 사업만 대출을 취급하다 보니 증권사 등에 엄청나게 높은 금리와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진행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1금융권의 연체율 등 건전성은 잘 관리되고 있다. 기관별 자율적인 리스크 관리 기능이 잘 작동되고 있는 것에 비해 2금융권 연체율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브릿지론이 본PF로 진행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 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정부가 주택시장 위기 대응 방안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에 10조원, 한국주택금융공사에 5조원 등으로 공적 PF 보증규모를 15조원으로 확대했지만 보증서 발급 사례는 몇 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미분양이 많은 시공사와 브릿지론 대주에 대한 보증지원을 확대한다고 했으나 발급대상 사업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보증서 발급까지 이뤄진 사례는 2~3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의 주택시장 위기 대응 방안으로 보증서 대출 지원을 확대했으나 보증기관에서 심사기준을 비현실적으로 강화해 버린 것은 보증서 발급에 의한 지원 의지가 없다고 오해를 받을 소지도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에 정부의 15조원 규모의 보증 지원이 얼마나 집행이 됐는지 점검해봐야 한다"면서 "정부의 지원을 간절히 바라는 사업자나 지역이 있다면 좀 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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