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툭하면 네탓, 이게 싸울 일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7 18:00

수정 2023.08.07 18:00

[강남시선] 툭하면 네탓, 이게 싸울 일인가
정치권은 무슨 일만 터지면 서로 삿대질하기 바쁘다. 이달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15개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철근이 빠진 부실시공이 곳곳에서 확인돼 입주자와 입주예정자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뼈 없이 속살만 드러냈다고 해서 '순살아파트'라는 비아냥까지 샀다. 당장 여당 국민의힘은 추가 전수조사 확대, 엉터리 설계·부실 시공 및 감리 등 건설 이권카르텔 타파,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민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부실시공 여부를 낱낱이 조사해 책임자를 가려내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갑자기 요상한 놈이 끼어들었다. 바로 전·현 정부 책임론으로 무장한 '네탓 공방'이다. 여당은 "이권카르텔 등 총체적 부실이 모두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났다"고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내친김에 검·경 조사, 감사원 감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태세다. 이에 발끈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는 남탓 그만하라"며 '윤 대통령 처가 카르텔'로 맞받았다. 이전 정부의 책임이 있다면 엄중하게 따져묻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무조건 지난 정부 탓으로 돌리거나 그럼 너희 정부는 뭐했느냐는 식의 정치적 접근만이 묘책은 아닐 것이다. 현 정부도 이미 집권 2년차를 맞았다. 특히 책임소재를 가려야 할 부실시공 문제가 정쟁화 소재로 전락하면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오는 12일까지 진행되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도 시끄럽다. 열악한 환경과 준비 부족 등으로 일부 참가국이 퇴영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망신살이 뻗쳤다. 부랴부랴 정부와 기업들이 전방위 지원에 나서면서 겨우 수습 중이다. 안그래도 시끄러운데 여야가 또다시 준비 부실과 대책 미흡을 놓고 전·현 정부 책임공방을 재연하고 있다. 급기야 이번 주중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예보되자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숙소 이동 등 컨틴전시플랜(긴급 비상계획) 가동을 긴급 지시했다. 잼버리 대회는 비(非)정치적인 이슈다. 하지만 여야는 '후안무치' '뻔뻔한 정부' 등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정쟁의 한복판으로 끌어오는 우를 범하고 있다. 묵묵히 부족한 거 지원하고 재발방지책 세우라고 정부를 다그치고 감독하면 될 일인데 말이다.

오늘날 정치혐오증은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정치가 오롯이 민생을 돌보지 않고, 이념과 노선을 덧대 서로에게 책임 전가를 일삼아온 탓이다.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세계 각국 청소년들에게 한국 정치권의 네탓 공방은 볼썽사나운 일이다.
우리끼리 손가락질해봐야 창피할 뿐이다. 전임 정부가 한 일을 대놓고 부정하는 후진국형 보복정치를 언제까지 되풀이할 셈인가. 현재 정부, 기업들이 혼연일체가 돼 추진 중인 부산엑스포 유치전도 이런 논리라면 과연 어느 나라가 한국에 흔쾌히 표를 던질 수 있겠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에 '내탓이오' 사회운동을 통해 늘 자신에게 엄격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네탓이 아니라 바로 내탓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장·정책부문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