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새 성장엔진 단 반도체 장비…460兆 2차전지 시장 질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7 18:32

수정 2023.08.07 18:57

반도체·디스플레이 주력 기업들
장비 적용 범위 '2차전지' 확대
주문 몰려 전용 공장 잇따라 신설
신성이엔지가 2차전지 장비 생산을 위해 지난해 7월 완공한 충북 증평사업장 전경. 신성이엔지 제공
신성이엔지가 2차전지 장비 생산을 위해 지난해 7월 완공한 충북 증평사업장 전경. 신성이엔지 제공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에 주력하던 기업들이 2차전지(배터리) 장비 비중 강화에 나섰다. 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이 일정한 주기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반면, 2차전지 시장은 전기자동차 수요 증가와 함께 당분간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성이엔지 매출에서 2차전지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0%에서 올해 1·4분기 40% 수준으로 증가했다. 올해 연간으로도 관련 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신성이엔지는 늘어나는 2차전지 장비 수주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충북 증평 공장을 신설했다.


신성이엔지는 반도체 클린룸 안에 먼지를 제거하는 산업용 공기청정기 '팬필터유닛(FFU)’ 분야에서 전 세계 시장 60%가량을 점유한다. 신성이엔지는 반도체 클린룸 기술을 응용해 2차전지 드라이룸에 쓰이는 산업용 제습기를 생산한다. 이는 습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2차전지 불량을 줄이기 위해 건조한 환경을 만드는 기능을 한다.

신성이엔지는 국내외 2차전지 업체들에 드라이룸 설비를 활발히 공급하면서 올해도 실적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유안타증권은 신성이엔지가 올해 매출이 전년보다 25% 늘어난 8302억원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410억원을 올리며 견조한 수익성을 이어갈 전망이다.

2차전지 장비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용 공장을 지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아바코는 오는 9월 중 경북 상주 일반산업단지 내 5만㎡ 부지에 2차전지 장비 전용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아바코는 현재 대구 본사에서 금속막증착(스퍼터) 장비, 공정자동화(팹오토메이션) 장비 등 디스플레이 장비를 주력 생산한다.

아바코는 이미 공정자동화 장비 적용 범위를 디스플레이에 이어 2차전지 분야로 확대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GM이 합작한 얼티움셀즈 2차전지 공장에 공정자동화 장비를 납품하기도 했다. 아울러 2차전지 전극공정에 쓰이는 롤프레스 장비 상용화 역시 추진 중이다. 아바코는 상주 공장 완공을 통해 이곳에서 롤프레스 등 2차전지 장비만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저스템 역시 177억원을 들여 경기 화성 동탄산업단지 내 연면적 5300㎡ 규모 공장을 인수한 뒤 2차전지 장비 생산에 착수했다. 앞서 저스템은 지난해 5월 경기 용인에 신사옥을 지은 뒤 반도체 습도 조절 장비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태양광 장비 등을 생산 중이다. 저스템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에 이어 에이징 장비, 롤투롤 장비 등 2차전지 장비 수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추가로 공장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저스템은 지난달 일본 2차전지 업체와 롤투롤 장비 등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시너스텍 음성 공장 'OHT' 데모라인. 위쪽에 카이스트와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OHT 장비가 동작하고 있다. 시너스텍 제공
시너스텍 음성 공장 'OHT' 데모라인. 위쪽에 카이스트와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OHT 장비가 동작하고 있다. 시너스텍 제공
아울러 시너스텍은 ‘AGV’와 ‘OHT’, 스토커 등 그동안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물류이송에 적용해온 장비를 2차전지 공정에 특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시너스텍은 국내외에서 2차전지 물류이송장비 수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미국과 폴란드, 헝가리, 인도네시아 등에 법인과 함께 사무소 등 거점을 구축했다.


이렇듯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기업들이 2차전지 장비 비중 강화에 나선 것은 관련 시장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2차전지 시장 규모가 지난 2020년 461억달러(59조원)에서 오는 2030년 3517억달러(457조원)로 10년 동안 8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를 주도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을 이끈다"며 "이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에서 입지를 다져온 장비기업들이 향후 유망한 2차전지 장비 비중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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