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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번엔 佛 IRA, 민관 똘똘 뭉쳐 피해 막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9 17:50

수정 2023.08.09 17:50

中견제 목적 서방규제 몰아쳐
韓기업에도 악재, 불똥 안튀게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문구를 부착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파리 개선문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문구를 부착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파리 개선문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스1
중국을 견제하는 서방의 규제가 끝도 없이 나온다. 이번엔 프랑스가 중국 전기차를 겨냥한 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전기차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따져 전기차 보조금에 반영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가령 탄소발자국이나 재활용 점수를 합산한 환경 점수가 적정 수준 이상을 맞춘 차량에만 보조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탄소발자국은 제품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지표를 뜻한다.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한 친환경 규제를 표방하고 있으나 다분히 중국 전기차 확산을 막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전기차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중국을 뺀 시장에서는 테슬라에 못 미치지만 시장 장악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프랑스의 보조금 평가 기준에는 철강, 알루미늄, 배터리 등 부품 생산과 차량 조립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량도 반영된다. 탄소 배출이 많은 중국 전기차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빗대 '프랑스판 IRA'로 부를 만하다.

미국의 IRA가 그러했듯이 이번 프랑스 규제도 한국 기업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거리다. 전기차 생산에 화석 연료 사용량이 많은 우리 기업도 보조금 혜택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전기차 1만6570대를 팔았다. 프랑스 전기차 시장에서 5위였다. 이를 발판으로 시장 보폭을 넓히려 했던 현대차·기아는 새 악재를 맞닥뜨리게 되는 셈이다. 프랑스 새 규정대로라면 코나, 니로, 쏘울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프랑스판 IRA가 유럽 다른 국가로 확장될 여지도 충분히 있다. 유럽의 전기차 시장은 중국 다음으로 큰 세계 주력 시장이다. 올 상반기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점유율은 중국이 58%, 유럽 23%, 북미 12%였다. 급속히 팽창 중인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유럽 지역은 결코 놓칠 수 없는 곳이다. 경쟁사들 공세에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유럽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주춤했다. 현대차는 공격적인 영업으로 이를 뒤집겠다는 전략이지만 뜻하지 않은 복병이 앞을 가로막을 수 있다.

가속화되는 유럽의 친환경, 대중국 규제에 정부와 기업이 똘똘 뭉쳐 대응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는 보조금 개편안과 관련해 6개월의 유예기간을 준 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산업계 피해를 세심하게 살펴 프랑스 당국을 적극 설득해야 할 것이다. 뒷북 대응으로 미국 IRA 피해를 봤던 사례가 되풀이돼선 안된다.

미국과 유럽의 중국 배제 움직임은 앞으로 수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조만간 중국을 상대로 한 첨단 기술 투자 규제를 발표한다.
중국의 보복 대응도 거세질 게 뻔하다. 정부는 원칙을 다잡고 의연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민관이 한 몸이 돼 이 난관을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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