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도 읽고 폭염도 피하고… '북캉스' 즐기는 어르신들 [현장르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9 18:17

수정 2023.08.09 18:17

국립도서관 도심 속 피서지 인기
"전기료 너무 올라 에어컨 켜기도 부담이죠. 카페 가면 1만원 훌쩍 나가니까, 우린 도서관이 피서지에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김모씨(64)는 요즘 아내와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국립중앙도서관에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는다. 기술사로서 기업에서 임원까지 달았던 그이지만 올해 퇴직한 그는 갈 곳이 마땅하지 않다. 주중 오후 6시 이전까지는 아내와 함께 단 둘이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요즘과 같이 낮 기온 35도를 육밖하는 날에는 집 안에 있는 것이 고역이다. 김씨는 올해에도 '도서관 피서'를 선택했다.
그는 "국립중앙도서관은 나같이 은퇴한 사람들에겐 부담없이 즐길 공간"이라며 "수입이 없는 입장에서 돈이 거의 안들고, 실내 온도 역시 쾌적하다"고 말했다.

9일 낮 12시께 찾은 국립중앙도서관 열람실과 휴게실엔 은퇴한 노령층이 많았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들고 있지만, 국립중앙도서관의 평균온도는 24~25도 수준이다. 언제든 재입장해도 돈이 들지 않으니 카페와는 차이가 크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사실상 노령층 '피서지' 역할까지 하게 된 이유다.


기업에서 인사담당 임원으로 활동하고 중소기업 전문경영인까지 엮임했다는 최모씨(75세). 그는 "집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서 국립중앙도서관까지 편도로 약 1시간 정도 걸리지만, 매주 2~3회씩은 이 곳에 있다"면서 "굳이 도서관에 자주 가는 이유는 경제적 부담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도서관 2층 휴게실에서 땀을 식히고 있던 전직 대학교 교원 서모씨(60대)는 "날씨가 좋으면 밖에 돌아다니겠지만, 지금과 같이 날씨가 얄궂은 날에는 어김없이 이곳에 온다"며 "나는 서래마을에 사는데 나무로 둘러쌓인 선선한 산능성이 지나오면서 국립중앙도서관을 오면 더위도 식힐 수 있어서 피서지로서 제격이다"고 말했다.


구내식당에서 저렴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노령층이 몰리는 이유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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