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수십명, 고객 문서 위조해 증권계좌 개설 혐의
시중은행 전환 앞둔 대구은행의 인허가에 영향 불가피
시중은행 전환 앞둔 대구은행의 인허가에 영향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대구은행에서 직원들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1000여개의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적발됐다. 금감원은 지난 9일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대구은행 직원들의 비리 정도가 심각할 경우 연내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앞둔 대구은행의 인허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와 관련해 지난 9일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10일 밝혔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운영중이다.
금감원은 "외부 제보 등을 통해 인지하게 된 혐의 내용은 대구은행 영업점에서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 동의없이 여타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한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고객이 실제로 영업점에서 작성한 A증권사 계좌 개설신청서를 복사한 후, 이를 수정해 B증권사 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데 활용하는 식이다. 임의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는 방식 등을 동원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고객은 'A증권사 계좌가 개설됐다'는 문자를 2번 받고 특별한 의심 없이 지나갔지만, 최근 한 고객이 동의하지 않은 계좌가 개설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대구은행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직원들의 비리가 드러나게 됐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지난 6월 30일 관련 건에 관한 민원을 접수한 이후 지난달 12일부터 현재까지 자체감사를 진행해 왔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금감원에서 즉시 검사를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검사에서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은행은 문제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지난달 대구은행 영업점들에 공문을 보내 불건전 영업행위를 예방하라고 안내하는 데 그쳤다.
공문은 고객의 동의 없이 기존 전자문서 결재 건을 복사해 별도의 자필 없이 계좌를 신규 개설하는 것은 불건전 영업행위이므로 실명을 확인한 뒤 전자문서로 직접 고객 자필을 받으라는 내용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고가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실명제법상 금융기관은 고객 실명임을 확인한 후에만 금융 거래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하고 신청서를 위조해 계좌를 개설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금감원은 "대구은행이 본 건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 횡령 사건을 계기로 그해 11월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통해 장기 근무자에 대한 인사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명령 휴가 대상자에 동일 부서 장기 근무자, 동일 직무 2년 이상 근무자도 포함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경남은행 직원에 이어 대구은행에서도 금감원의 지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은행 등 금융사들에 순환근무와 명령 휴가제 등 내부통제 혁신 방안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파악할 예정이다.
또한, 시재금 관리와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사전·사후 통제 강화, 고객 문서 위변조 점검 등도 함께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임원 회의에서 금융사고 원인 및 금융사의 내부 통제 실태를 철저히 점검해 미흡한 사항은 신속하게 지도하고, 금융사의 자체 점검 내역 중 중요한 사항은 금감원도 검증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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