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예고글 작성자 65명 검거…檢, 8명 구속
절반이 청소년…모방범죄 예방 필요성
법무부, 정보통신망법에 살인예고 처벌규정 신설
[파이낸셜뉴스] 서울 신림역과 경기 분당 서현역에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이후 살인 예고글이 온라인 상에 다수 올라오며 시민 불안이 커지자 사법당국이 강경 대응에 나섰다.
법무부는 살인 예고글에 대한 처벌 규정 강화를 통해 처벌 공백을 막고 국민 안전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살인 예고글을 올린 피의자를 신속하게 검거하는 등 혼란을 최소화한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7일 오후 6시 기준 살인 예고글 194건을 확인해 65명을 검거했다.
검거된 피의자 가운데 52.3%인 34명은 10대 청소년으로 집계됐다. 검거된 미성년자 가운데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인천에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계양역에서 7시에 20명을 죽이겠다"고 적은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5일은 원주역에서 칼부림을 저지르겠다는 글을 작성한 뒤 마치 이를 발견한 것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보하는 자작극을 벌인 10대가 검거되기도 했다.
이 밖에 트위터에서 'OOOO에서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글을 올린 16세 청소년 A군, '천안 OO동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글을 게시한 17세 고교생 B군 등이 검거됐다.
경찰은 청소년이 모방범죄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청의 '부모님 알림앱'을 활용해 범죄예방에 관한 통지문을 전파하고 있다"며 "촉법소년의 경우 처벌은 어렵고 교육과 훈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엄격한 형벌 적용 방침도 밝혔다. 다만 예비살인 혐의의 경우 범죄 대상을 특정하고 흉기 구매 등 구체적인 범행 계획과 실천이 있어야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사안에 적용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살인 예고글에 대한 강력 대응을 예고한 검찰도 이날까지 총 8명을 구속했다. 대검찰청은 협박·위계공무집행방해·살인예비 등을 적용해 신림역에서 여성 20명 살인을 예고한 C씨(남·26세), 지난 4일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경찰 살인 예고 후 식칼 2개를 소지한 D씨(남·19세), 지난 5일 혜화역에서 흉기난동을 예고한 E씨(남·31세) 등을 구속한 바 있다.
형법상 살인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관련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도 추진된다. 법무부는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률에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해 온라인 살인 예고 범죄에 대응하기로 했다. 기존 법 조항으로는 피해자의 특정 여부, 실제 범행 계획 실행 여부 등에 따라 적용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어 살인 예고 글 자체를 범죄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 독일 등의 입법례를 참고하고 흉기 소지 행위 처벌 규정도 마련한다.
한편, 살인 예고글이 온라인에 잇따라 올라오면서 범행이 예고된 장소 등을 알려주는 웹사이트도 등장했다. 웹서비스업체 '공일랩(01ab)'은 칼부림 등 테러 예고 게시글 내용과 관련 보도를 지도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테러레스' 서비스를 최근 개시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이날 기준 96건의 테러 위협 목록이 게시돼 있다.
공일랩은 "'안전한 치안'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던 대한민국 사회가 무너져 가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며 "이런 시기에 최소한 누군가가 무책임하게 인터넷에 올린 살인 예고글에 대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해 조금이라도 불안감을 덜어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사이트 개발 취지를 밝혔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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