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0일 거제도를 기점으로 국내 상륙한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종단해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까지 진입할 예정이다. 기상관측 이래 처음이다. 수도권 진입 단계에선 태풍의 세기도 줄어들지만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 지역의 불안감이 크다.
일부 기업들은 인명 피해를 우려해 조기 퇴근을 공지했다. 재난에 취약한 판자촌 주민들은 끈으로 천막 지붕을 붙들어 매거나 타이어, 돌 등을 올려 대비중이다.
불안 속 귀가 서두르는 시민들
10일 서울 주요 지역 일부 회사는 퇴근 시간을 당기거나 근무 형태를 한시적 재택근무로 전환시켰다. 일선 대학들은 대면 강의를 원격 강의로 대체하는 한편 저녁 약속을 취소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 강남구에서 근무하는 박모씨(38)는 "태풍 때문에 종일 불안했는데 회사 차원에서 오후 5시에 모두 퇴근하라는 공지가 왔다"며 "어디 안 가고 집에 있을 생각이다"고 밝혔다.
실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도 공공기관·민간기업의 출퇴근 시간 조정을 권고함에 따라 현대차 등 일부 기업은 재택근무에 들어간 상태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31)도 타지에서 근무해 좀처럼 보기 힘든 친구를 2년 만에 만나기로 한 약속을 취소했다고 한다. 김씨는 "태풍 카눈이 이날 오후 9시께 서울 인근을 지난다고 하니 무섭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도는 영상을 보면 태풍 카눈의 위력이 대단한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거주 직장인 이모씨(31)도 "태풍 카눈의 위력이 강하다고 하는데, 너무 무섭다"며 "예정된 약속도 취소했다. 침수나 수해 피해가 없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날 학교도 안전을 위해 원격수업이나 휴강을 결정했다. 대학원생 윤모씨(29)는 "학교의 많은 교수님이 원격수업으로 수업방식을 변경했다"고 했다.
다만 갑작스러운 휴강으로 맞벌이 부부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킹맘 고모씨(36)는 "아이를 방과후 학교에 보내고 있는데 태풍 때문에 갑자기 휴강한다고 해서 곤란하다"며 "재택근무를 안 하다 보니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 학원은 예정대로 보내려고 한다"고 전했다.
불안한 판자촌 "강풍에 지붕 나아갈라"
일반 시민들보다 더 큰 불안이 엄습한 곳은 판자촌이었다. 이른바 '재난취약지'로 불리는 만큼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지 가늠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이날 서울의 대표적인 판자촌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는 낚싯줄을 이용해 지붕을 고정한 집들이 많았다. 강한 바람이 지붕을 날려버리는 사태라도 방지하기 위해서다.
구룡마을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태풍이 온다고 하니 어제오늘 낚싯줄을 이용해서 지붕을 붙잡아 맸다. 바람이 많이 불면 여기 같은 판자촌들은 바람에 다 날아가지 않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또 지난 1988년부터 구룡마을에 살았다는 노모씨(78세)도 "지붕이 천막으로 돼 있으므로 바람에 약하다"며 "바람에 날아가지 말라고 올려놓은 타이어들이 태풍에도 끄떡없어야 집이 안전할 터인데 (타이어가 바람에 날아갈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노유정 주원규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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