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할아버지, 해병대 수사단장 입건에 "억장 무너져" 서한 보내
이종섭 장관 "국방부 조사 결과를 믿고 지켜봐 달라" 유족에 답신
이 장관 "의혹대로 하지 않겠다" 은폐·축소 논란 뒤 첫 공개입장
[파이낸셜뉴스]
이종섭 장관 "국방부 조사 결과를 믿고 지켜봐 달라" 유족에 답신
이 장관 "의혹대로 하지 않겠다" 은폐·축소 논란 뒤 첫 공개입장
국방부와 유족에 따르면 10일 이 장관은 이날 손자가 세상을 떠난 경위를 밝혀달라며 서한을 발송한 채 상병 할아버지에게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것처럼 하지 않겠다"며 "열심히, 철저히 진상규명을 하겠다. 국방부 조사 결과를 믿고 지켜봐 달라"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이 장관이 유족에게 보낸 입장 공개는 이번이 처음으로 국방부에 배달된 채 옹의 서한을 확인하자마자 답신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건의 은폐·축소 의혹과 지휘관을 감싸려고 재조사에 착수한 게 사실이 아니며 공정한 사건 진상규명을 약속하는 뜻을 유족 측에 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아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진 채 상병의 할아버지는 우체국에서 이 장관을 수신인으로 하는 손편지를 등기로 부쳤다. 채 옹은 편지에서 국방부가 사건을 재조사하는 것에 대해 "천인공노할 일"이라는 심정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채 옹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조사 결과를 경찰에 넘기지 말라는 지시를 어기고 사건을 이첩했다는 이유로 '집단항명의 수괴' 혐의로 입건된 것에 대해 "억장이 무너진다"는 표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박 대령이 '채 상병 사고 관련 보고서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이 장관 등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이달 2일 이첩했단 이유로 보직해임 조치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현재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하지만 박 대령은 9일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수명했고, 수사 결과 사단장 등 혐의자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했다"며 "이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을 이첩할 때까지 그 누구로부터도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 2일 경북경찰청에 제출된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를 회수했으며, 이 장관의 지시로 9일부터 사건을 국방부 직할 조사본부로 이관해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해병대 보고서에 기재된 사람 가운데 절반이 하급 간부 또는 초급 간부다. 그들의 업무상에 어떤 과실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범죄 혐의와 상당하고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장관께서 법무 검토를 해보라고 지시하신 것"이라고 회수 이유를 밝혔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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