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현 신병남 임윤지 기자 = 시중은행 전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DGB대구은행이 '암초'를 만났다.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대구은행 직원들의 불법 계좌 개설이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드러날 경우, '연내 시중은행 전환' 계획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지난 10일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한 혐의와 관련해 지난 9일부터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구은행 영업점 소속 직원들은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이기 위해 1000여건 넘는 고객 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이미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의 개설신청서를 복사한 뒤. 이를 수정해 다른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는 수법을 썼다. 이를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기까지 했다.
대구은행은 이들의 행각에 대해 지난 6월 30일 고객 민원을 통해 인지했으나, 이에 대해 금감원에 보고하지는 않았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 8일 외부 제보 등을 통해 사고 내용을 인지하고 다음 날 긴급 검사에 들어갔다. 금감원이 대구은행의 보고가 아닌 외부 루트를 통해 사고 내용을 뒤늦게 인지하게 된 셈이다.
대구은행은 금감원의 발표가 나온 날 입장문을 통해 "의도적 보고 지연 및 은폐는 전혀 없었다"며 "금융소비자보호부에서 민원처리 중 불건전영업행위 의심사례를 발견해 검사부로 이첩했으며, 자체 특별 검사에 착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금감원은 여전히 보고가 없었던 경위에 대해서도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과정상 문제가 있었다면 이에 대한 책임까지도 묻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고에 대해 금융당국은 일단 금감원 검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검사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면서도, 부족한 부분이 드러날 경우 시중은행 전환 과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는 분위기다.
현재 대구은행은 △자본금 1000억원 이상 △동일인 지분율 10% 이하 △비금융주력자 지분율 4% 이하 등 시중은행 전환에 핵심적인 필수요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
'시중은행 독점 깨기'라는 목표를 가진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연내에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예비인가를 생략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등 시중은행 전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왔다.
그러나 이복현 금감원장은 "확정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전제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내부통제 완비, 고객 보호시스템 구비 등에 대해 향후 심사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시중은행 전환의) 점검 요소 중 하나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임의개설 의심 계좌 전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드러난 위법·부당행위 대해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며 "대구은행이 이번 사건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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