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특법 위반으로 체포 후 17시간 만에 석방
"당시 증거로 특가법 적용시 영장발부 어려워"
"약물·운전 곤란으로 영장 신청 가능…피해자 관점 필요"
"현장 모르는 얘기" 비판도…뺑소니 여부도 논란
"당시 증거로 특가법 적용시 영장발부 어려워"
"약물·운전 곤란으로 영장 신청 가능…피해자 관점 필요"
"현장 모르는 얘기" 비판도…뺑소니 여부도 논란
[파이낸셜뉴스]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중태에 빠뜨린 20대 남성이 체포 17시간 만에 풀려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현행범 체포 후 구금 시한(48시간) 내 구속영장을 청구했어야 하는지가 이번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이다. 경찰은 기각 가능성이 높은 영장을 신청하는 데 부담이 큰 만큼 구속 요건을 충분히 갖추기 위해 보완수사가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체포 당시 피의자가 약물 복용으로 운전이 곤란한 상태를 경찰이 확인한 만큼 피해자 관점에서 영장을 신청했다면 영장 발부의 책임은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일 오후 8시10분쯤 교통사고처리특례법(보도침범) 위반 혐의로 운전자 신모씨(28)를 현행범 체포한 뒤 3일 오후 3시쯤 신씨를 석방했다. 체포 후 17시간 만이다.
이후 신씨 석방이 알려지며 경찰 대처에 대한 비판이 불거졌다. 특히 신씨가 변호사 신원보증을 받아 석방됐다고 알려지며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대형 로펌 변호사를 선임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덧붙여져 불씨를 키웠다.
천호성 법률사무소 디스커버리 대표 변호사는 "대형로펌의 신원보증을 받아주는 게 경찰이 할 태도인가"라며 "불구속 수사를 하는 순간 진실이 밝혀질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현행범 체포 상태에서 구속 요건이 부족했다고 항변한다. 신원보증을 이유로 신씨를 풀어준 게 아니라는 의미다. 신씨가 대형 로펌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신씨는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으나 이 변호사는 최근 사임했다.
신씨를 구속하기 위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험운전치상) 적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체포 당시 경찰이 확보한 증거만으로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이 낮았다는 게 경찰측 해명이다. 약물을 상습 투약한 정황 등 추가 혐의를 충분히 입증한 뒤 영장을 신청하는 게 수사기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신씨가 방어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었다는 점도 석방의 이유 중 하나다. 간이시약검사로 확인된 케타민 복용이 치료 목적이라는 소견서를 본인이 받아와야 하는데, 구금 상태에서는 불가능했다. 당장 영장 발부가 어려운 상황에서 신씨를 잡아둘 명분이 없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 조력이 있었지만 절차상 석방의 주요 이유는 아니었다는 게 경찰의 얘기다.
다만 기각 가능성이 있더라도 영장을 신청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영장이 반드시 나올 증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소한의 혐의 구성 요건을 갖춘 만큼 피해자를 고려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간이검사로 약물 복용이 확인됐고 체포 당시 피의자가 운전하기 곤란한 상태였다는 경찰 판단이 포함된 조사서만으로 충분히 영장을 청구해볼 수 있다"며 "경찰이 영장 신청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했을 때 검찰 또는 법원이 이를 기각할 경우 이들에게 비판의 화살이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 시선에서 국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실무자 입장에서 기각 가능성이 높은 영장을 신청하는 부담이 크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한 일선 경찰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기각이 뻔한 영장을 신청하면 조직에서 능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행위"라며 "조직 내 평판과 무관하게 생각해도 일단 신청하고 본다는 식으로 일하면 행정과다 등 문제가 커진다. 현장을 모르는 얘기"라고 했다.
사고 직후 3분 동안 현장을 떠난 신씨의 행위가 뺑소니인지도 논란이다. 현장 정황상 뺑소니로 판단되면 특가법이 적용돼 영장 발부 확률이 커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뺑소니 여부에 대해 피의자가 구호의무 등을 이행했는지 등을 경찰이 충분히 조사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확인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조사를 통해 뺑소니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장을 떠난 3분의 행적을 폐쇄회로(CC)TV를 보면 신씨는 비틀거리며 근처 병원에 도움을 요청하러 갔지만 문이 잠겨 있어 곧바로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 피해자는 양쪽 다리가 골절되고 머리와 배를 다쳐 장시간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 뇌사 상태에 빠져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신씨는 사건 당일을 포함, 올해 2월부터 수십차례에 걸쳐 케타민 등 7종의 향정신성의약품 복용이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 9일 신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약물운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날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실시할 예정이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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