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올해 상반기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받은 물류센터 중 착공 사례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경색에다 공급 과포화, 공사비 폭등 등으로 물류센터 미착공 현장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3일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코리아(쿠시먼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마친 물류센터 개발건수는 총 55건이다. 이 가운데 실제 착공에 들어간 건수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쿠시먼코리아 관계자는 "인허가 작업이 끝난 후 공사를 시작하기까지 평균 7개월 정도 걸린다"며 "이를 감안해도 올 상반기 착공 제로는 현저히 낮은 수치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물류센터 공급은 넘쳐나고 있지만 PF 대출난 등으로 첫 삽을 못뜬 사업장은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끝낸 물류센터 개발 건수는 총 148건으로 집계됐다. 조사를 시작한 2015년 이후 최대치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46건에 불과했던 물류센터 인허가 건수는 △2020년 105건 △2021년 124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도 전년대비 20건이상 늘어났다.
반면 미착공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67%에서 하반기에는 92%로 치솟았다. 지난해 총 인허가를 받은 수도권 물류센테(148건) 중 118건(79.7%)이 미착공이다.
올 상반기에는 인허가를 받은 물류센터 중 한 건도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등 미착공 현장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정진우 쿠시먼코리아 팀장은 "물류센터 미착공 현장은 통상적으로 인허가를 받은 프로젝트 가운데 10%수준이었지만, 금리 인상에 브릿지론이 막히면서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물류센터의 경우 브릿지론 연장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센터 거래 규모도 줄고 있다. 쿠시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반기 수도권 물류센터 거래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3조2000억원 가량이다.
경기도 남양주 별내동의 연면적 4만8921㎡의 한 물류센터는 임차인을 찾지 못해 지난 4월 매물로 나왔지만 아직도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임차인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저온 공간을 상온 공간으로 설계 변경하는 물류센터도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물류센터는 코로나19 등으로 배송물량이 급증하면서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 관련 투자가 줄을 이었다. 이에 맞춰 건설사들도 PF 지급보증을 서며 앞다퉈 시공에 나섰다. 하지만 역대급 공급에 엔데믹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PF 부실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정부 PF대책 수립 때 물류센터를 먼저 건의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착공하지 못한 사업장 중 적지 않은 수가 디폴트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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