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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스타일링으로 美서 도요타 넘어서겠다" [최종근의 FN 모빌리티]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2 09:00

수정 2023.08.12 09:00

채드 프라이스 현대차 미국기술연구소(HATCI) 디렉터 인터뷰
10년·10만마일 보증으로 브랜드 신뢰 높아져
현대차그룹 美현지서 전 라인업 갖춰 5위 도약
이제는 전기차 싸움, 현지 생산 속도
채드 프라이스 현대차 미국기술연구소(HATCI) 디렉터. 현대차그룹 제공
채드 프라이스 현대차 미국기술연구소(HATCI) 디렉터. 현대차그룹 제공

【산타페(미국)=최종근 기자】 "현대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를 이기기 위해 이미지와 스타일링 측면에서 리스크를 과감히 추구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 중심인 도요타에 비해 현대차는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전기차까지 모든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지난 7월 26일(현지시간) 미국 현지에서 만난 채드 프라이스 현대차 미국기술연구소(HATCI) 디렉터는 이 같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HATCI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현대차의 핵심 연구개발(R&D) 거점 가운데 한 곳이다. 채드 디렉터는 올해로 현대차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다.

채드 디렉터는 "처음 현대차에서 일하기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현대차의 인식은 굉장히 낮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과거만 하더라도 도요타와 혼다를 제일 높게 봤고, 폭스바겐과 GM, 포드를 그다음으로, 현대차와 기아는 스즈키나 미쓰비시와 비교 대상이 됐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인식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반전의 첫 걸음은 미국 시장에서 시행한 '10년·10만마일 보증'이었다.
현대차는 1999년 이 같은 파격 카드를 꺼내 들었고, 품질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채드 디렉터는 "제품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10년·10만마일 정책 등이 시행됐고, 이것이 현대차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은 경쟁사보다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한 것이었다. 채드 디렉터는 "도요타는 품질과 신뢰성이 높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심심한 차로 알려져 있다"며 "우리는 품질에 중점을 두고 흥미진진한 자동차를 만들고자 했다. 디자인도 개선하고 첨단 기술을 도입해 이제는 남을 따라하는 2인자가 아니라 시장을 리드하는 브랜드가 됐다"고 자부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총 684만5000대를 팔아 일본 도요타그룹(1048만3000대), 독일 폭스바겐그룹(848만1000대)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에도 365만7500대를 팔아 도요타그룹(542만대), 폭스바겐그룹(437만대)에 이어 '톱3' 자리를 지켰다. 이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미국 등 북미 지역에서의 선전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부터 2년 연속 미국 시장에서 5위 자리를 유지했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2021년 미국 진출 35년 만에 혼다를 제치고 현지에서 '톱5'에 진입한 바 있다. 작년에는 혼다 보다 약 50만대를 더 팔아 격차를 더욱 벌렸고, 올해는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4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과거와 달리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친환경차 등 고가차의 판매가 늘어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특히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만 5만6410대를 팔아 일본 닛산의 고급차 인피니티(4만6619대)를 제치고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 같은 반전은 미국 현지에서 품질 경쟁력을 인정 받았기에 가능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발표한 '2023 상품성 만족도 조사'에서 총 9개 차종이 1위에 올라 글로벌 자동차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최우수 차종을 배출했다. 이어 BMW그룹(5개 차종), 도요타그룹(3개 차종) 순으로 나타났다.

채드 디렉터는 "현대차의 미래는 전기차에 있다"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전기차 부문에서 리더가 되겠다는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 내에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부분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미국 시장에선 처음으로 월간 기준 1만대 이상의 전기차 판매고를 올렸다. 현지 생산이 본격화되면 시장 점유율을 더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의 경우 앨라배마 공장을 개조해 현지 생산을 시작했고, 미국 조지아주에는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짓고 있다. 양산 목표 시점은 내년이며, 가동을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공언한 2030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목표는 총 360만대(현대차 200만대, 기아 160만대)에 이른다. 이는 도요타 목표(350만대)를 소폭 웃도는 수치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2세대 E-GMP'를 개발하는 등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를 도입할 예정이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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