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길걸을 때 늘 뒤가 오싹해요ㅠㅠ"..호신용품 재고가 없다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2 06:00

수정 2023.08.12 06:00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 20대 여성인 박모씨는 최근 잇따라 일어나는 ‘묻지마 칼부림 사건’으로 호신용품 구입을 결심했다. 자신에게도 그런 사건이 닥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내몸은 스스로 보호해야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지만 호신용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한달 째 상품 재입고만 기다리는 중이다.
잇단 묻지마 칼부림 사건..호신용품 재고 바닥

최근 들어 서울 신림역, 분당 서현역 인근 칼부림 사건 등 묻지마 흉기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여성, 노약자를 비롯해 건장한 남성들 사이에서까지 다양한 호신용품 구매 열풍이 불고 있다. 묻지마 칼부림 사건의 경우 아무리 체격이 건장한 남성의 경우라도 언제 어디서 갑자기 달려들 지 전혀 알 수 없다는 불가항력적 변수가 상존하고 있어 맞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2일 호신용품 업계에 따르면, 삼단봉과 최루 스프레이, 전기 충격기 등 호신용품의 구매율이 급증하고 있다. 묻지마 칼부림으로 많은 사상자가 생긴 데다 '예고댓글'사태까지 겹치면서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게 주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전철역을 비롯해 백화점,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이 집중돼 있는 장소를 기피하거나 왠만하면 약속 장소를 넓고 공개된 장소로 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출퇴근시 전철을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 하는 직장인들과 관성에 젖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약속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 뾰족한 대비책이 없어 고민이다.

전철역, 다중이용시설 기피해..건장한 남성도 신속 대응 어려워

삼단봉 A제조업체는 지난달 보다 삼단봉 구매율이 70% 급증했다. A업체 관계자는 “묻지마 흉기 범죄가 일어난 시점부터 구매율이 크게 증가한 것”이라며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과 문화가 생긴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신변보호 문화가 자리 잡았으나 문제는 ‘물량 부족’이다. 너도 나도 호신용품을 구입하면서 재고용품이 상당수 동이 난 것이다.

공장에선 용품 공급을 위해 급박하게 제조를 서두르지만 당장 밀린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호신용품 생산 B제조업체 관계자는 “두세달 내에는 계속 이어지는 소비자들의 호신용품 구매 요청을 받기 힘든 실정”이라며 “사람들이 어느 정도 용품 구매를 해야 공급이 뒷받침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호신용품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워낙 불가항력적 변수가 많아 실질적인 범죄 위험에 신속한 대응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30대 남성 최모씨는 최루 스프레이와 삼단봉을 동시 구매하고도 길을 걸을 때 뒤를 수시로 주시한다고 한다.
최씨는 “피의자들이 뒤에서 흉기 범죄를 일으키기 때문에 주변을 수시로 확인하고 호신용품을 쓸 준비를 한다”며 “친구들도 대부분 호신용품을 사서 범죄를 대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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