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그 어떤 행사도 이렇게 많은 도전과 극심한 기상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역사상 다른 어떤 잼버리도 여기 계신 스카우트의 결단력, 창의성 및 회복력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 경험을 되돌아보고 배운 것들을 성찰할 것입니다. 어느 누구든지 할 수 있다면, 바로 스카우트들입니다.”
2023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폐영식에서 진행된 아흐메드 알헨다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의 환송사를 듣는 4만 스카우트 대원들의 얼굴에는 그간의 힘든 기억과 뿌듯함, 감동이 교차하는 듯 벅찬 표정이 가득했다.
그는 “여행하는 잼버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난 며칠간 한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받은 환대를 언급하기도 했다. 환송사 말미에는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큰 감사와 결의로 스카우트들의 기력이 여기서부터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대원들을 격려한 뒤 “폐막을 선언합시다”라고 외쳤다.
폐영식은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30분간 진행됐다. 2023 세계잼버리 활동을 담은 7분짜리 하이라이트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스카우트 선서, 차기 개최국 연맹기 전달, 사무총장의 환송사, 한국스카우트연맹의 폐영선언, 한덕수 국무총리의 폐영사 순으로 이어졌다. 한 총리는 대원들이 남다른 책임감과 이타심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점을 언급하며 "이러한 스카우트 정신은 세계인의 연대와 협력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폐영식에 이어 저녁식사를 마친 오후 7시부터는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가 시작됐다. 1부 공연은 홀리뱅의 ‘베놈’ 무대로 시작해 뉴진스의 최신곡(ETA)과 히트곡(Hype boy)으로 마쳤다. 이어 2부에서는 K팝 신인 아이돌의 무대가 이어지다가 중후반에 아이브, 있지, 마마무의 등장으로 열기를 키워갔다. 무대에는 이들 외에도 NCT 드림, 프로미스나인, 제로베이스원, 강다니엘 등을 더해 총 19개 팀이 올랐다. 공연 진행은 배우 공명, 있지 유나, 뉴진스 혜인이 맡았다.
기대했던 K-팝 콘서트가 열렸지만 외국인들에게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아티스트들이 대거 등장한 부분을 두고 유튜브 생중계 채널 실시간 채팅창에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BTS(방탄소년단)처럼 전 세계인이 아는 대스타로만 꾸며진 무대가 아니었음에도, 중계 카메라를 통해 무대 스크린에 포착된 대원들의 모습은 웃고 떠들며 밝은 태도를 잃지 않는 청소년의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교류와 화합을 중시하는 스카우트 정신을 마지막까지 보여준 셈이다.
이날 행사로 세계잼버리의 공식 활동은 모두 끝났다. 이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국가별 일정에 맞춰 기존 숙소 또는 출국 준비에 용이한 숙소로 이동해 짐 정리 등 개인정비 시간을 갖는다. 이후 국가별 계획에 따라 출국을 시작하고, 일부 국가는 한국에 더 머물며 지역 문화·체험 등 일정을 지속한다. 이날 행사에 앞서 정부와 세계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세계스카우트연맹과 협조해 스카우트 대원들의 출국을 위한 차량 배정과 수송까지 빈틈없이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세계잼버리의 여정은 158개국 4만3000여 대원이 모인 가운데 지난 1일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호기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미비한 시설과 위생 문제, 운영 부실로 각종 논란을 이어가다 태풍 북상에 따른 기상악화 문제로 8일 전원이 영지에서 철수했다. 조기 퇴영한 영국과 미국 대원들을 비롯해 뒤늦게 철수한 각 나라의 대원들은 서울·경기권 중심으로 흩어져 대회 남은 기간 한국의 역사와 문화,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진행했다.
새만금 잼버리가 아닌 K-잼버리라는 별칭도 달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 모든 부처와 지차체는 물론 민간기업과 단체, 시민들까지 가세해 대원들의 여행을 지원사격했다. 대원들은 청와대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N서울타워, 청계광장 등 서울의 명소를 둘러봤다. 축제는 모두 끝났지만 문화·공감·추억이라는 주제로 대원들은 한국에서, 그리고 다음 잼버리 개최지인 폴란드까지 남은 모험을 이어갈 것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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