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노르웨이의 유명 여성 산악인이 기록 달성 욕심에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는 짐꾼(포터)를 그대로 지나쳐 등정을 이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노르웨이 여성 산악인 크리스틴 하릴라 일행은 지난달 27일 파키스탄에 있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 K2를 등정했다. 8000m 이상 14좌 완등을 최단 기간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이들 일행은 3개월 1일만에 14좌를 완등하는 신기록을 세우며 축하받았다.
그러나 등반 도중 수직 절벽에서 떨어져 거꾸로 밧줄에 매달려있다가 끝내 사망한 파키스탄인 짐꾼을 발견했는데도 구조하지 않고 지나쳐 갔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거센 비판이 일었다.
교통수단이 없는 히말라야에서 짐꾼은 원정대의 짐을 운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사망한 포터의 이름은 모하마드 하산으로, 하릴라의 일행은 아니었다.
동영상은 당일 K2 등정을 악천후 때문에 포기한 오스트리아 등반가 빌헬름 스타인들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던 촬영팀이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으로 촬영한 동영상은 흐릿하게 찍혔지만 살아있는 짐꾼을 넘어 정상 등정을 계속하는 산악인들의 모습이 작게 담겨있다.
이를 촬영한 영상 기사는 "약 50명이 지나가는 동안, 이 파키스탄인 짐꾼은 살아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영상을 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를 지나쳐가는 도중에 한 명이 이 사람을 치료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고 했다. 이어 "현장에는 셰르파(산악등반 안내인)들과 뭔가 조처를 할 수 있는 이들도 있었지만, 조직적인 구조 작업이 없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하릴라는 하산을 죽게 내버려뒀다는 의혹은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는 CNN에 "하산은 우리 팀의 일원이 아니었지만 우리는 그를 구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노력했다"며 "하지만 눈사태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 팀 안전 확보가 시급했고 추가 도움이 오고 있다고 판단해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하릴라 일행의 촬영 기사가 남아 계속 하산에게 산소와 따뜻한 물을 주었지만, 결국 산소가 부족해지자 현장을 떠나게 된 것이라고도 전했다.
하릴라는 이 같은 의혹으로 살해 협박까지 받자 자신의 홈페이지에 해명글을 게시했다. 그는 "하산은 오리털 점퍼를 입고 있지 않았고 복부가 눈과 바람, 저온에 노출돼 있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썼다. 아울러 "병목 지점에 사람이 너무 많으면 구조가 더 위험해질 수 있으니 계속 앞으로 가기로 결정했다"며 "뒤에 남은 사람들 수를 생각하면 하산이 받을 수 있는 모든 도움을 받겠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이어 "나중에야 당시 일어난 일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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