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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최고의 철 생산지 울산서 복원되는 전통 제철 기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5 10:00

수정 2023.08.15 10:00

문화재청, 울산 쇠부리 복원 지원
국내 유일한 제철 노동요 '쇠부리 소리'
국가 무형문화재 등록에도 탄력 기대
국내 유일의 전통 제철 기술인 울산 쇠부리가 최근 문화재청의 ‘2024년 미래 무형유산 발굴·육성 사업’에 선정돼 기술복원이 속도를 내게 됐다. 울산 쇠부리 복원 실험 모습. 울산 북구 제공
국내 유일의 전통 제철 기술인 울산 쇠부리가 최근 문화재청의 ‘2024년 미래 무형유산 발굴·육성 사업’에 선정돼 기술복원이 속도를 내게 됐다. 울산 쇠부리 복원 실험 모습. 울산 북구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한반도 제철(製鐵) 기술의 원류로 볼 수 있는 '울산 쇠부리' 복원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또한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철작업 중 불렀던 노동요 '울산 쇠부리 소리'도 국가무형문화재 등록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15일 울산 북구와 울산시 등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최근 2024년 미래 무형유산 발굴·육성 사업의 하나로 전통제철기술인 ‘울산 쇠부리 기술’을 선정했다. 이는 지역의 비지정 무형유산을 선정해 대표 문화자원으로 지원·육성하는 사업의 하나이다.

■ 동북아 최고의 토철 생산지

울산 달천철장은 삼한시대부터 중국과 일본이 철을 구입해 가져갔다는 '삼국지' 동이전·한조에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한반도 철기 문화의 기원이 될 만한 곳이다.
조선시대까지 철을 생산해왔다. 이곳에서 전승돼 온 '울산 쇠부리'는 토철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고 판장쇠를 만드는 제철기술이다.

‘울산 쇠부리 소리’는 철을 녹이고 가공하는 모든 제철 작업을 뜻하는 ‘쇠부리’ 중 불렸던 노래다. 쇠부리란 자유자재로 쇠를 다루어 쓰다는 의미의 경상도 방언이다.

울산 북구는 이번 문화재청의 지원에 따라 울산 쇠부리 기술의 복원 및 전승 사업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울산 북구는 우선 내년에 울산 쇠부리 기술 복원실험과 함께 울산 쇠부리 기술 자료집성 및 목록화, 울산 쇠부리 학술대회를 개최키로 했다.

북구문화원 산하 울산쇠부리복원사업단은 현재까지 9차례에 걸쳐 복원 실험을 진행, 5차 실험서부터 전통 제철 방식으로 쇳물을 뽑아 내고 있다. 울산 북구 제공
북구문화원 산하 울산쇠부리복원사업단은 현재까지 9차례에 걸쳐 복원 실험을 진행, 5차 실험서부터 전통 제철 방식으로 쇳물을 뽑아 내고 있다. 울산 북구 제공

여기에는 1억7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사업 성과가 좋으면 문화재청이 3년 동안 전승 환경 조성과 전승 체계화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게 된다.

기술 복원은 북구문화원 산하 울산쇠부리복원사업단이 담당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조선후기 구충당 이의립에 의해 전해진 '토철 제련기술'을 복원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울산쇠부리기술 복원연구를 진행, 지금까지 9차례의 복원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5차 실험에서 울산 쇠부리 가마에서 쇳물을 뽑아내 선철 판장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실험마다 2~4차례 안정적으로 쇳물을 생산하고 있다. 내년에 실험과 함께 울산쇠부리기술의 표준화를 통해 조업매뉴얼을 확립할 방침이다.

■ 국내 유일 풍철(豊鐵) 기원 노동요

앞서 울산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풍철(豊鐵)을 기원하는 노동요로 평가받고 있는 ‘울산 쇠부리 소리’를 국가무형문화재에 등록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울산 쇠부리 소리는 정확한 가사나 악보가 전해지지 않은 채 구전되다가 한차례 소멸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다행히 1981년 불매꾼 고 최재만의 구술이 채록되면서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다행히 울산의 지역적 특징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문화자산이라는 평가를 받아 지난 2019년 12월에는 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울산 쇠부리 소리는 ‘쇠부리 불매소리’, ‘쇠부리 금줄소리’, ‘애기 어르는 불매소리’, ‘성냥간(대장간의 방언) 불매소리’로 구성된다.

울산시 무형문화재 울산 쇠부리 소리 공연 모습. 2022.11.27. 울산 북구청 제공
울산시 무형문화재 울산 쇠부리 소리 공연 모습. 2022.11.27. 울산 북구청 제공

쇠부리 불매소리는 쇠부리 작업을 하기 위해 쇠부리로에 바람을 넣어 주는 불매꾼들이 불매를 밟으면서 부른 노래며, 쇠부리 금줄소리는 악귀를 막고 성공적인 작업을 기원하며 적은 소원지를 끼운 금줄을 태우면서 불렀다.

성냥간 불매소리는 대장간에서 농기구 등을 만들 때 망치질을 하며 망치 소리에 맞춰 부르는 노래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에는 국회에서 '울산쇠부리소리의 국가무형문화재 등재를 위한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울산 북구문화원과 울산쇠부리소리보존회가 주관한 이 토론회에서는 울산대 아산리더십연구원 김구한 교수, 신라문화유산연구원 김권일 학예연구실장, 중앙대 유대용 교수 등을 통해 울산 쇠부리 기술의 역사적 의미와 음악적 특징' 등이 중요하게 강조됐다.


조정모 울산 쇠부리 소리 보존회 회장은 "울산쇠부리 문화가 산업도시 울산의 정체성을 가장 잘 대변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울산쇠부리소리를 잃어버리지 않고 후대에 전승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겠다는 열망으로 소리를 계속 지켜 왔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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