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배우 김희선이 '달짝지근해: 7510'(이하 '달짝지근해', 감독 이한)를 통해 무려 20년 만에 국내 스크린으로 복귀한다.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2003) 이후 오랜만에 한국 영화로 돌아오는 그는 "복귀가 늦어진 건, 스코어(성적)가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한 건 바로 이한 감독의 손편지와 '일영'에 대한 매력 덕분이었다고. 그는 '달짝지근해'의 15일 개봉을 앞두고,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각별한 의미 등을 전했다.
'달짝지근해'는 과자 밖에 모르는 천재적인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 분)가 직진밖에 모르는 세상 긍정 마인드의 일영(김희선 분)을 만나면서 인생의 맛이 버라이어티하게 바뀌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증인' 등을 선보인 이한 감독의 신작이다.
김희선은 20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달짝지근해'를 택했다. 이에 대해 "처음 제안이 들어왔을 때 감독님한테 시간을 좀 더 달라고 몇 번 그랬다"라고 발혔다. 이어 "근데 감독님이 어느 날 저한테 두 장을 빼곡히 적은 손편지를 주셨다"라며 "내가 일영이를 해야 하는 이유와 감독님과 식당에서 만났을 때 제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이 감독님이 생각한 일영의 모습이었다며, 정말 같이 일하고 싶다고 적으셨는데 읽고 너무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나를 원하시는 감독님이 있는데 내가 감히 뭐라고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라며 "그리고 (유)해진 오빠와 영화를 같이 하는데 누가 싫어하겠냐, 워낙 같이 하고 싶었고 달달한 로맨스라 부담 없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크린 컴백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선 "제 잘못도 있다"라며 "영화 스코어는 배우들의 몫도 있지 않나, 그게 참 두려웠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연기가 이렇다 저렇다하는 말들과 더불어서 관객수가 곧 나의 연기 평가가 되는 걸로 느껴져서 두려워했다"라며 "그래서 제안이 와도 선뜻하겠다는 말을 못 하겠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달짝지근해'를 택한 건 일영이 자신과 닮은 부분이 있고, 무겁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김희선은 "일영이 치호와 첫 만남부터 호기심이 가니까 더 보고 싶어서 일부러 500원을 들고 가고, 치호에게 업혀 가는 중에도 눈을 살짝 뜨다가도 눈을 감지 않나"라며 "저도 호기심이 가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랬을 것 같다, 이 남자와 어떻게든 더 만나고 싶고 알고 싶고 그러면 굉장히 적극적으로 하는 편인데 그게 비슷하더라"고 했다.
유해진과 커플 호흡을 맞춘 김희선은 "해진오빠가 워낙 연기를 잘하시지 않나, 첫 촬영날부터 치호 그 자체라서 저도 더 쉽게 일영 역할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특히 해진오빠가 자기 촬영이 없는데 제 첫 촬영 때 응원한다고 놀러 오신 거다, 그다음 날도 촬영이 없었는데 또 오셨고 그런 게 너무 감사했고 고마운 게 너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해진오빠와 몇 작품 같이 한 사람처럼 잘 통하고, 코드도 비슷해서 더 친해졌다"라며 "해진오빠가 낯을 가리고 샤이한 사람인데, 친해지면 농담도 하고 아재개그도 한다, 오빠가 나와 성격이 잘 맞아서 첫 촬영부터 말도 놓고 오빠오빠하면서 친하게 지냈다"고 밝혔다.
김희선은 극중 대학생 딸을 둔 미혼모 역을 소화했다. 이에 '실제 딸이 있는데 연기에 더 도움이 됐나'라고 묻자 "아무래도 저도 딸이 있고, 일영의 딸이 더 크긴 하지만 제 딸도 지금 중학교 2학년이라, 만약 제가 혼자 키우는데 영화 속 상황이면 어떻게 할까, 딸한테 어떻게 할까, 대입을 하면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혼자 사는데 딸아이가 그 사람을 싫어하면 딸한테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하니까 더 쉽게 역할에 다가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희선은 지난해에만 드라마 '내일' '블랙의 신부' 등에 출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쳐온 그는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나름대로 역할을 잘 소화하는 그런 배우, 믿고 보는 배우 그런 게 되고 싶다"며 "그 한 마디가 배우의 신뢰를 드러내는 것 같다, 앞으로도 믿고 보는 배우가 되도록, 제 작품을 볼 때 항상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1993년 CF로 연예계에 입문한 그는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이에 대한 소감을 묻자, "중간에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하면서 6년 정도 쉬면서 공백기가 생겼을 때 (다른 작품을 보면서) 내가 결혼을 안 했으면 저 역할은 내 건데, 이런 생각이 들고 사람이 허해지더라, 결혼한 것도 약간 그렇고 남편도 미워지고 그런 때가 있었다"며 "근데 그 시간이 결국 잘 충전하고 다시 나올 수 있게 해 줬기 때문에 좋았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어 "20대에는 일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고 제가 서른 초반에 결혼했으니 10년 정도를 정말 힘들게 일을 했고 영화나 드라마, MC, 광고까지 하면서 쉴 틈 없이 했는데 그 덕분에 지금 내가 여유 있게 생활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작품이 들어오면 내가 고를 수도 있단 생각도 든다, 다 열심히 일을 하니까 좋은 보상이 있는 것 같다"며 "그리고 원동력이라면 아직도 나를 원하시는 분들,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고, 팬분들이 가장 원하기 때문에 작품을 계속할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희선에게 스크린 복귀작인 '달짝지근해'의 의미를 묻자, "어른들의 풋풋한 사랑을 보여준다는 것"이라며 "로맨틱 코미디하면 보통 10대, 20대 친구들이 하는 거라 생각하는데 어른들도 이렇게 설레고 몽글몽글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치호를 해진오빠가 해줘서 새로운 모습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어른들의 사랑도 10대, 20대 못지않은, 귀여운 사랑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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