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세계 경제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보조금 지급으로 인해 새로운 질서가 굳어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 경제국들은 미래 산업을 장악하기 위해 자국 기업들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면 그러지 못하는 국가들은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3690억달러(약 494조원) 규모의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와 기술 투자를 끌어모으고 있으며 자극을 받은 유럽연합(EU) 또한 비슷한 인센티브로 맞서고있다.
일본도 친환경 기술에 1500억달러(약 201조원)를 투자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같은 주요 경제국들의 움직임은 배터리와 친환경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중국에 의존하는 것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국가들은 경쟁에서 밀려날 위기를 맞고 있다.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 싱가포르와 영국이 있다.
또 신흥국 중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경제 사다리를 오르려 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도 미국의 보조금 문제로 제동이 걸리고 있다.
IRA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는 국가에서 생산되는 광물이 많이 들어간 배터리를 보조금 대상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반도체 기업 인텔 공장 두곳을 유치하기 위해 보조금 110억달러를 제의했다. 이 같은 규모는 싱가포르 무역산업부의 1년 예산보다 많은 것으로 로런스 웡 총리는 최근 "이러한 거인들을 이길 수 없다"고 시인했다.
영국의 기술 기업들은 자국에서 창업한후 성장은 해외에서 거두고있다.
실리콘 음극재 기업인 넥시온은 첫 공장 예정지로 한국을 결정했으며 북미 지역에도 공장을 계획하고 있다.
스콧 브라운 넥시온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정부가 배터리 산업 지원을 더 늘리지 않는다면 투자 전략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전기차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어라이벌도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는 미국에서 제조를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美, 보조금 무기로 하는 IRA로 외국인 투자 끌어들여
IRA 덕에 미국은 친환경 산업에 외국인 투자가 쏟아지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외국인 직접 투자의 22%가 미국으로 갔다.
이러다 보니 IT나 친환경 기업들에게 미국은 가장 이상적인 투자지가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기차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일본 파나소닉은 미국 캔자스주에 배터리 공장을 착공했다. 지난 5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조지아주에 43억달러를 투자하는 배터리 공장 계획을 공개했으며 독일 자동차 기업 BMW는 6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새 배터리 공장을 착공했다.
유럽연합(EU)도 오는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관련 장비와 배터리 등 친환경 핵심 기술에 필요한 생산의 40%를 블럭내에서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널은 세계화로 한국과 대만의 경우 IT 선진국으로 성장하면서 빈곤에서 벗어나게 한 것으로 평가한 대표적인 예로 평가했다.
세계화는 또 서방의 소비자들은 저렴한 제품을 수입하면 생활의 질이 향상됐다.
반면 부작용도 있어 미국과 서유럽의 제조업들이 아시아 등지로 떠났으며 원자재 수요 증가로 환경 문제도 발생했다.
전 미국 재무부 관리 출신으로 현재 자산운용사 TCW그룹의 신흥시장 이사인인 데이비드 레빈저는 “갈수록 세계가 내부지향적으로 가면서 자유무역을 멀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국은 보조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재정이 부족한 빈곤 국가들은 경쟁에서 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원 부국들도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가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짐바브웨는 니켈과 리튬, 보크사이트 같은 광물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외국 기업들이 가공시설을 직접 세워줘야 재개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스위스 생갈렌 대학교의 국제무역 및 경제개발 교수 사이먼 이브넷은 "이같은 정책이 바람직하지는 않으나 뚜렷하게 인기가 늘고 있다"며 "이것 또한 가격을 분명히 끌어올리고 불확실성과 리스트도 늘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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