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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산불에, 최악 인간들" 하와이 마우미섬서 도둑·투기꾼 기승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6 09:45

수정 2023.08.16 09:45

"땅 팔라"는 파렴치한 투기꾼들까지
99명 숨진 잿더미 위에 약탈자 극성
산불로 잔해만 남은 하와이 아파트 단지/사진=연합뉴스
산불로 잔해만 남은 하와이 아파트 단지/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하와이 마우이섬의 산불 사망자 수가 최소 99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산불로 잿더미가 된 마우이섬에서 약탈자들과 땅 투기꾼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마우이섬 라하이나가 산불로 인해 치안이 허술해지자 강도가 총을 들고 위협하며 사업장을 급습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ABC방송 계열인 지역 채널 KITV4는 마우이섬 서부 주민들이 음식과 의류 보급품을 여기저기서 도둑맞고 있다고 전했다. 오리건주의 한 주민은 "가족들이 물과 음식, 생활용품과 의복을 기부하기 위해 마우이로 향했지만 도착 직후 총 든 강도들에게 물건을 빼앗겼다"고 토로했다.

20년간 마우이에 거주한 브라이언 사이즈모어(48)는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차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약탈자들이 가스탱크에 구멍을 내고 휘발유를 빼 갔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하와이 마우이의 임시 대피소/사진=연합뉴스
하와이 마우이의 임시 대피소/사진=연합뉴스

라하이나에 구호물품을 받으러 갔다가 허탕을 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 주민은 "약탈자들이 더 많은 구호 물자를 갈취하려고 섬을 가로지르고 있다"며 "적십자사에 가도 구호품이 충분치 못하고 마실 물조차 없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은 "식료품을 받겠다고 라하이나에 가지 말라"며 "그곳에는 물자가 없고, 가게고 뭐고 전부 다 텅 비어 있으며 밖에도 아무것도 없다"고 조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라하이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외부의 대규모 개발 세력이 화재를 틈타 잿더미가 된 땅을 싼값에 사들이고, 지역을 와이키키 해변 같은 상업 지구로 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때 하와이 왕조의 수도였던 라하이나는 문화유산이 풍부한 관광지였다. 이러한 이유로 주민들은 화재 이전에도 개발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었는데 산불 피해 지역의 생존자들에게 땅 투기꾼들이 섬에 남아 있는 집이나 땅을 사겠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당국은 "파렴치한 투기꾼들이 마우이의 화재 참사를 이용해 부동산을 사들이려 한다"고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며 이러한 투기 행각을 방지할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불타는 하와이 섬을 항공기에서 내려다 본 모습./사진= 뉴시스
불타는 하와이 섬을 항공기에서 내려다 본 모습./사진= 뉴시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부동산 업자들이 피해 지역의 주택이나 토지를 팔지 않겠냐며 주민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며 "이들이 잘못된 의도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는 "손상되거나 파손된 부동산의 판매를 유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주 법무장관에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와이 주민들도 투기꾼들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마우이 주민인 티아레 로렌스는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와이 땅 투기 움직임은 역겨운 일"이라며 "라하이나는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와이 주민 앤지 리온이도 NYT과의 인터뷰에서 "라하이나 사람들은 지역의 역사를 되살리는 방식으로 복원이 이뤄지길 바랄 것"이라며 "지역 사회는 라하이나가 와이키키처럼 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NBC방송은 마우이섬을 운항하는 각 항공사의 발표를 취합해 화재가 발생 이후 일주일간 총 3만2000여명이 항공편으로 섬을 떠났다고 밝혔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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