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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부양 or 세수감소..위기의 中·홍콩, '주식 인지세' 내릴까?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6 10:39

수정 2023.08.16 10:51

- 0.1%p 인하하면 1경3200조원 증국 증시 상승 반응
- 홍콩에서도 행정부에 인지세 인하 정식 요구
홍콩 증권 거래소 앞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홍콩 증권 거래소 앞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주식을 거래할 때 부과하는 일종의 유통세인 인지세 내려달라는 목소리가 중국에서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도 부진한 중국 증시를 살리기 위해 인지세 인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인지세를 0.1%p만 낮춰도 증시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유입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그만큼 세수가 줄어드는 고통도 감수해야 때문에 정부가 실제 인하할지는 미지수다.

1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 국무원의 지침에 따라 재정부 등 관련 규제 당국이 주식거래 인지세 인하 초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인하 시기와 그 폭에 관한 세부 사항은 미정이며, 인하안을 고위 정부 관계자들이 승인한다는 보장도 아직 없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은 앞서 금융위기 때인 2008년 9월 침체일로를 겪던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식거래 인지세를 일시 폐지한 적 있다.

현재 중국 본토의 주식 거래 인지세 세율은 0.1%다.
이를 0%로 내리면 9조9000억달러(약 1경3200조원) 규모로 중국 증시의 상승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외신은 이를 통해 중국 주식시장에 즉각적인 랠리가 발생할 수 있고, 소비자와 기업 신뢰도까지 높일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홍콩 증권 및 선물 전문 총회는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에 주식 거래 인지세 철회를 지난 9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고 증권시보와 21세기 경제보도 등 중국 매체가 16일 전했다.

이 소식은 중국 증권업계 전반에 퍼졌다. 증권업계는 인지세를 낮춰 유동성을 회복하고 역내 시장의 매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홍콩 주식거래 인지세가 지난 2021년 0.3%로 오른 뒤 홍콩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비슷한 요청을 반복해왔다.

존 리 홍콩특구 행정장관은 오는 10월 25일 임기 중 두 번째 ‘정책 시정연설’을 한다. 이를 위해 대중 의견을 받고 있다.

2022~2023년 주식 거래 인지세 데이터를 토대로 계산하면 홍콩 증시에서 인지세를 0.1%로 내릴 경우 거래자는 123억홍콩달러(약 2조원)를 아낄 수 있다. 0%가 되면 531억홍콩달러(약 9조원)가 된다.

그러나 인지세 인하는 정부 입장에선 반대로 세수 감소가 된다. 중국 정부와 홍콩행정부는 제로코로나 봉쇄 3년을 거치는 동안 재정 수익이 악화돼 왔다. 여기다 경기부양을 위해 특별 채권을 대규모로 발행했고, 각종 세금도 줄줄이 내리면서 정부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궁핍해졌다. 아울러 소비 감소, 수출 부진, 생산 둔화, 부동산 시장 냉각 등 세금이 들어오는 길까지 대부분 막힌 상태다.

아시아증권업금융시장협회의 자오인런 증권부 주임은 21세기경제보도에 “현재 홍콩 정부는 재정 압박에 직면해 있다”며 “무조건 주식거래 인지세를 철회하면 정부 수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지세 인하만으로 증시가 살아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기도 어렵다. 중국과 홍콩 증시에서 유동성이 약해진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 전반적 경기둔화 흐름 등과 관련이 깊다.
대내외 악재가 산적해 있다는 의미다.

다만 말레이시아가 지난 7월부터 주식 인지세 세율을 기존 0.15%에서 0.1%로 0.05%p 낮추겠다고 발표하고 미국, 독일, 일본, 싱가포르 등은 모두 인지세를 폐지했다는 점은 고려해 볼 만한 요소라고 중국 매체는 설명했다.


단양투자의 캉수이웨 최고투자책임자는 “주식 인지세는 오래된 증권 과세 시스템이고, 최근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전자 거래 및 결제 기술이 확립되면서 많은 국가에서 더 이상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며 “국제 경쟁 차원에서 인지세를 없애는 것이 더 많은 글로벌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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