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00명에 달하는 산불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 부동산 투기꾼들이 활개를 치고 있어 주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마우이 섬에서도 피해가 심한 라하이나 지역은 옛 하와이 왕국의 수도이자 고급 호텔이 즐비한 유명 관광지여서 이전부터 개발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었다. 이번 대형 화재로 주거지가 폐허가 되다시피 하자 부동산 업자들이 그 틈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100명 가까이 숨진 곳에서 투기꾼까지 활개
NBC 방송 등 미 언론은 15일(현지시간) 부동산 투자자들이 마우이 화재 생존자들에게 접근해 땅이나 집을 사겠다는 연락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우이 주민 티아레 로렌스는 14일 NBC에 "집주인들이 부동산 투자업자들로부터 땅을 사겠다는 연락을 받고 있다. 역겹다"며 "라하이나는 판매용이 아니다. 제발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때를 보내고 있는 이들을 이용하려고 하지 말라. 슬퍼할 시간 만이라도 달라"고 호소했다.
한 여성 주민은 틱톡에서 "부동산 업자들과 투자자들이 내 가족들한테 전화를 걸어 땅을 사겠다고 제안했다"며 "감히 이 시국에 그딴 짓을 하고 다니냐. 정말 부끄럽지도 않냐"고 분노했다.
하와이 당국은 주민들에게 이런 투기 행각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으며, 이를 방지할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부동산 업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주민들에게 화재 피해를 입은 집을 팔라는 연락을 하고 있다"며 "손상되거나 파괴된 부동산의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법무장관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SNS를 통해 "슬픔에 잠기고 재건할 기회도 갖기 전에 우리 주민에게서 땅을 빼앗으려는 것은 희망이 아니며, 우리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주민들에게 전달될 보금품마저 총 든 강도들이 '도둑질'
사기꾼들이 마우이 주민들을 희생양 삼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웹사이트에서 사기꾼들이 안전 검사관, 공공기관 직원 등으로 가장해서 청소나 수리를 제안한 뒤 현금 지불을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이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를 사칭해 신청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뜯어낼 가능성이 있다고도 전망했다.
또 라하이나의 치안이 허술해지자 총을 들고 위협하는 강도가 사업장을 급습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으며, 주민들에게 전달될 보급품이 여기저기서 총을 든 강도들에게 도둑맞고 있어 화재 피해자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와이 주 당국이 밝힌 이번 산불 사망자는 최소 99명이다. 그린 주지사는 "앞으로 10일에 걸쳐 사망자 수가 2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CNN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존 펠레티에 마우이 경찰서장은 사체 탐지 전문 경찰견 20마리를 동원해 전날까지 라하이나 화재 피해지역의 25%가량을 수색했으며, 오는 주말까지 85~90% 수색을 마칠 수 있다고 알렸다.
미 연방재난관리청은 라하이나 재건에 약 55억달러(약 7조30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