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김대중 동상이몽'…尹 국정운영 당위·李 사법리스크 저항 각기 이용
[파이낸셜뉴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를 맞은 18일 여야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김 전 대통령 업적을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반대를 무릅쓰는 ‘대통령의 결단력’에,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을 향한 투쟁’에 방점을 찍었다. 각각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힘 싣기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대응을 목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김기현 "김대중-오부치 선언, 반일 깨고 극일 나아간 결단"…尹 한일관계 정상화 당위 강화
우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추도사에 나서 시장주의 정책과 한일관계 정상화 등을 언급하며 “그 당시라고 왜 극심한 반대와 논란이 없었겠냐만은 김 전 대통령은 두려움 없이 임하라 말씀하신 것처럼 굳은 신념과 결단력을 갖고 이런 결정적 변화를 이끌어내 줬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국난 속에 취임했던 김 전 대통령은 강도 높은 자유개혁에 착수했다. 노동시장 유연화 확대와 규제 철폐, 비대한 공공부문 개혁을 통해 경제구조의 체질을 혁신했다”며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과감한 결단으로 장벽을 허물고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이끌어내는 업적도 만들었다”고 짚었다.
그는 한일관계 정상화 업적에 대해 “친일과 반일의 낡은 이분법을 깨고 미래지향적인 극일로 나아갔던 김 전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은 특히 오늘 우리 정치에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시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의 당위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규제완화와 공공부문 개혁, 또 잇단 한일정상회담을 통한 일본과의 협력 강화를 시행하는 데 김 전 대통령의 결이 같은 업적을 내세운 것이다. 특히 한일관계 정상화에 야권의 공세가 집중되는 상황을 겨냥해 “우리 정치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는 언급을 한 것이다.
이재명 "정권 퇴행에 정면 맞서겠다"…DJ 독재정권 저항에 자신 비춰서 투쟁 의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추도사에서 김 전 대통령의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을 언급하고, 윤석열 정부를 ‘검찰정권’이라 언급하며 투쟁 의지를 피력했다.
이 대표는 “5번의 죽을 고비, 오랜 수감과 망명이란 모진 풍파 속에서도 ‘인동초 정신’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서생의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상인의 탁월한 현실감각으로 시대를 통찰하며 대한민국의 내일을 준비하셨다”며 “그렇게 대통령님이 앞장서 걸었던 길을 따라 우리는 민주주의의 문을 열고 인권과 정의의 초석을 놓았으며 한반도 평화를 꿈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무능하고 무책임하며 무법적인 정권의 폭력적 통치가 국민과 나라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검찰정권의 공포정치에 민주주의와 법치, 정의가 실종됐다”며 “혹독한 고난도, 매서운 시련도 인내하며 국민과 나라를 위해 투쟁했던 강철 같은 그 의지를 되새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민생을 파괴하며 평화를 뒤흔드는 정권의 퇴행에 정면으로 맞서겠다. 당신께서 앞장서 걸었던 그 길을 따라 저 이재명과 민주당도 흔들림 없이 전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사법리스크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내달 중 2번째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공산이 큰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의 독재정권 저항에 자신을 비춰 ‘정권 투쟁’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납치 사건 50주년 기념 토론회’ 영상축사에서도 “군사정권은 민주화 열기를 억누르기 위해 야당 지도자를 납치·살해 하려는 범죄를 기도했지만 대통령님의 ‘행동하는 양심’을 꺾지 못했다”며 “검찰 독재정권의 폭주로 이 땅의 민주주의가 다시 위협받고 있다.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불의에도 굴하지 않는 대통령님의 인동초 정신을 다시 한 번 깊이 새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도 추도사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김 의장은 “대통령님은 일체의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던 후보 시절 약속을 끝까지 지키셨다”며 “김대중 시대가 끝나고 20년이 지난 지금 과연 우리 민주주의는 전진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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