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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리먼 사태 오나...그림자은행, 부동산 부실채권 폭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9 04:08

수정 2023.08.19 04:08

[파이낸셜뉴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가 17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대규모 금융불안이 중국에 휘몰아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18일 중국 장쑤성 난징의 헝다그룹 아파트 단지. AFP연합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가 17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대규모 금융불안이 중국에 휘몰아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18일 중국 장쑤성 난징의 헝다그룹 아파트 단지. AFP연합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1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이 중국판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도화선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헝다 파산보호 신청은 중국 부동산 부문 침체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전반적으로 확산되도록 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부동산 금융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중국에도 미국발 전세계 금융위기 도화선이 됐던 리먼 붕괴 같은 순간, 이른바 리먼 모멘트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에서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종롱(중융투신)부터, 종지그룹 등에 이르기까지, 이미 오랜 기간 고전한 헝다 외에도 부실 부동산 관련 금융사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종롱은 지난해말 운용자산 규모가 1080억달러(약 145조원)에 이른다.
베이징에 본사가 있고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돈을 빌려주는 금융사다.

그러나 최근 산하 4개 신탁이 3개 중국 상장사에 원리금 1400만달러(약 188억원)를 지급하지 못했다.

종롱 디폴트(채무불이행)는 빙산의 일각이다.

다수의 자산운용사를 거느리고 있는 금융대기업인 종지그룹도 휘청거리고 있다.

종지그룹 산하 자산운용사들의 채무지불 유예, 디폴트 문제가 확산되면 수많은 기업들과 중국 부유층에 판매된 금융상품에 심각한 충격이 불가피해진다.

소셜미디어에는 종롱과 종지로부터 약속한 원리금을 받지 못했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하소연이 올라오고 있다.

부동산 투자 자금줄 투자신탁


중국의 투자신탁 산업은 지난 3월 31일 현재 운용자산 규모가 2조9000억달러(약 3893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로 오랫동안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돈줄 역할을 해왔다.

투신사들은 통상 부유한 개인과 기업들로부터 돈을 거둬 주식, 채권, 부동산 프로젝트 등에 투자한다.

그러나 투명성과는 거리가 멀다.

가베칼리서치의 장샤오시 애널리스트는 "종지는 블랙박스"라면서 "정기적으로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비상장사로 일부 투자자들은 이들이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조차 모른다"고 비판했다.

중국 거대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재정난 속에 종지가 원리금 지급을 제때 하지 못하면서 중국의 이른바 그림자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 또 이들 그림자은행이 부동산 부문과 어떻게 엮여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리먼 모멘트


장 애널리스트는 분석보고서에서 "시장에서는 '리먼 모멘트'가 손짓하고 있으며 중국 금융시스템의 지불능력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중국의 '규제 불침번' 덕에 미국과 전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었던 리먼 사태가, 리먼 모멘트가 중국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코노미스트들과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은 오랫동안 중국에 리먼 모멘트를 촉발할 요인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왔다.

특히 2021년 헝다그룹의 채권 디폴트는 그 우려를 가중시킨 바 있다.

노무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 하강세로 인해 이미 수십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디폴트에 빠졌다.
또 상당수 투신사들은 부동산 부문 노출을 축소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투자신탁 부문의 부동산 노출 규모는 상당하다.


중국투신협회(CTA)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중국 투자신탁의 부동산 노출 규모는 약 1550억달러(약 208조원)에 이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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