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지표서 드러난 中 현실
- 예고된 경제 '붕괴'
- 글로벌 전이 놓고 엇갈리는 관측
- 예고된 경제 '붕괴'
- 글로벌 전이 놓고 엇갈리는 관측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 주말인 지난 18일 낮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대형 쇼핑몰. 점심 식사 시간이 갓 지나긴 했지만 평소 명성에 비해 건물 내 유동인구는 극히 적었다. 상당수 식당의 내·외부 좌석은 텅 비었고, 손님을 응대하고 있는 상점도 드물었다. 이 쇼핑몰은 샤넬 등 각종 고가의 브랜드부터 나이키를 비롯한 스포츠용품, 한국·일본·태국·미국·이탈리아식 음식점까지 입점해 있기 때문에 북적이진 않아도 소비자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 곳 중 하나로 인식돼 왔다. 건물 상층부에는 영화관을 갖췄고 지하엔 대형 마트도 들어서 있다.
그나마 영화관은 10여명의 관람객이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상영 중인 영화는 대부분 중국산이었다. 미국 등 외국 영화는 오전 시간대에 1편이 올라와 있거나 아예 편성조차 되지 않았다. 물론 한국 작품은 없었다. 따라서 관람객들은 이른바 자국 영화를 보기 위한 것으로 이해됐다. 현장에서 만난 한 쇼핑객은 “한적해서 좋다”면서도 “쇼핑하러 온 것이 아니며 영화만 보고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2035년까지 규모 면에서 미국을 추월하겠다고 자신한 중국 경제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그토록 완벽한 방역 체계라고 자랑하던 3년간의 제로코로나를 폐기하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선언했어도 약발은 먹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디플레이션에 디폴트까지 경제에서 부정적인 단어는 모두 나오고 있다.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이른바 회색 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요인)와 검은 백조(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위험)가 동시에 등장한 형국이다.
중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하면서 주변국도 신경을 곤두세울 처지에 놓였다. 미중 갈등 이후 의존도를 낮추고 있긴 해도 아직 중국은 한국 등에겐 최대의 교역 상대이면서 영향을 주는 국가다.
각종 지표서 드러난 中 현실
중국 경제의 현실은 각종 경제지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내놓는 수치마다 최저 혹은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중국은 최대 고민인 청년실업률이 6월 -21.3%로 또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자 7월 수치에 대한 공개를 아예 중단했다. 도시 실업률이 5.2%에서 5.3%p로 0.1%p 상승한데다, 대학 졸업자 1000만명의 수치가 데이터에 적용되기 전 중국 특유의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로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생산자물가는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했다. 외신은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 내수지표인 소매판매와 산업생산·고정자산 투자는 전월과 전망치를 밑돌았다.
이중 소매판매는 소비지출을 가늠하는 척도다. 중국은 14억 인구의 내수 시장을 자랑으로 삼았으며, 타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도 사용해 왔다. 중국에서 소비의 국내총생산(GDP) 기여율은 77.2%(올 상반기 기준)에 달할 정도로 핵심이다. 결국 중국 정부가 소비 활성화에 사활을 걸어도 소비자는 아직 지갑을 여는데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는 뜻이다.
수출은 -14.5%로 3년 5개월 만에 최저로 내려갔다. 수입은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미국 등 서방국가의 제재가 확대되고, 글로벌 수요는 위축되며, 내수마저 동력을 잃는데 수출·수입만 살아나길 기대하긴 어렵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7월 누적)는 -4%였다. FDI가 이 정도로 내려간 것은 코로나19 초창기인 2020년 4월의 -6.1%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중국 정부가 아무리 내·외국기업 동등 대우와 투자 유인 당근책을 제시해도 외국 투자자는 믿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 가능하다. 당국이 최근 내놓은 외국인 투자 유도 정책도 매년 제시되는 ‘재탕·삼탕’이며 반독점법, 데이터 3법 등 정작 외국 투자자의 걱정거리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역대 최저 수준인 1.09명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상태다. 출생인구가 줄어들면 고령화는 가속되지만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부족해진다. 경제의 대표적 장기적 악재다.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은 헝다그룹(에버그란데) 이후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디폴트를 시작으로 원양집단(시노오션), 완다 등 부동산 리스크가 줄줄이 재차 불거졌다는 점이다. 파장이 금융권과 리츠(부동산투자신탁)로 번지면서 일각에선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우려하기도 한다. 부동산시장 침체는 건설투자뿐 아니라 가전, 가구, 인테리어 등 주택관련 소비부진과 가계의 심리 악화로 이어졌다.
예고된 경제 '붕괴'
중국 경제의 붕괴는 사실상 예고됐다고 봐야 한다. 중국은 코로나19 때 바이러스 확산을 막겠다며 인구 2500만 상하이의 경제를 65일 동안 멈추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2022년 2·4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0.4%까지 내려갔다.
무차별 봉쇄는 중국 경제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가시켰다. 외부의 압력에 언제든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있다는 고민은 추가 생산시설 확대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이에 외국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지 않았다. 이즈음 ‘탈중국’ 혹은 ‘중국 엑소더스’라는 단어도 글로벌 투자 기관과 외신에 자주 등장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3연임을 전후로 권력 집중 현상이 강화되면서 통제와 규제가 한층 심각해진 측면도 있다.
중국 당국은 ‘집은 사는 곳이지 투기하는 곳이 아니다’는 시 주석의 기조 아래 부동산 업체에 대한 무차별 규제를 가했다. 은행으로부터 돈 빌리기가 어려워진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무더기로 파산을 선언했고, 소비자들은 주택과 같은 대형 투자 분야를 외면했다.
교육산업과 인터넷플랫폼 업체·의약품 업계 죽이기, 공장 전력 강제 통제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언제 무슨 일이 중국 정부발로 터질지 몰랐기 때문에 만약의 상황에 대비, 저축하는 이들이 급격하게 늘었다.
코로나19와 정부의 이런 규제가 함께 작용하면서 소비·생산·투자는 쪼그라들었다. 연일 관련 분야 활성화 대책을 제시해도 신뢰가 무너진 탓에 시장은 외면했다. 홍콩·중국 증시가 그때마다 ‘반짝’ 상승했다가 제 자리로 돌아갔다는 점에서도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강한 중국을 꿈꾸면서 미국 등 주변국과 마찰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 주석은 3연임 때 ‘각종 굴기’를 선포하며, 맞서면 ‘머리가 깨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2035년까지 미국 GDP의 두 배가 되겠다는 도발도 했다. 그래도 주요 1개국(G1)인 미국은 G2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 제재에 나섰고, 주변국과 뭉쳐 대중국 포위망을 결성했다. 중국은 러시아 등과 반대 세력 규합했으며, 미국 제재엔 중국은 광물 수출 규제로 맞섰다.
하지만 현재까진 중국의 충격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끝까지 기준금리 인상 여지를 거두지 않는 것 또한 중국의 경제 회복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있다. 양국 금리 격차는 위안화 약세, 자본 이탈 등 후폭풍이 뒤따르므로 중국이 경기둔화를 막는다며 무작정 기준금리를 낮출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위기, 제로코로나 후폭풍, 그림자 금융, 국유기업·지방정부의 급격한 부채 증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청년실업률 증가, 서방국가의 대중국 고립화 전략 등이 회색 코뿔소라면 글로벌 수요 부진, 코로나19 발생, 폭염·가뭄·홍수 전략난 등은 검은 백조인 셈이다.
글로벌 전이 놓고 엇갈리는 관측
전문가들이 보는 관측은 엇갈린다. 글로벌 투자 기관이 잇따라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는 것은 대동소이하지만, ‘손 댈 수 없을 지경' 인지와 ‘한국 등 글로벌 파장’을 놓고선 의견이 다르다.
노무라의 팅루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더 많은 부양책 없이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 목표치인 5.0%를 밑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곤경에 처한 몇몇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와 금융기관들을 지원하는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해야 하며, 총수요를 진작하기 위한 마지막 지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지 전문가들을 인용, “단기적으로 (부동산 개발업체 디폴트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겠으나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는 등 ‘탈중국’이 어느 정도 진행된 점 △대중 수출이 소비재보다 중간재 위주인 점 △중국 부동산 위기가 중국을 벗어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작은 점 등을 근거로 한국경제 성장의 하방 요인 우려는 있다면 서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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