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4대그룹 복귀 초읽기
정경유착 재발 방지책도 시급
정경유착 재발 방지책도 시급
한경협이란 새 이름이 시사하는 바도 새겨볼 필요가 있다. 1961년 전경련 전신으로 설립된 경제단체 이름이 한경협이었다. 당시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이 산파 역할을 했다. 이들은 경국제민(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함)의 경제에 사람 인을 붙여 단체 명칭을 만들었다. 경제인연합회는 '나라를 올바르게 하고 백성을 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인 셈이다. 전경련으로 이름을 바꾼 때는 회원사가 급속히 불어나기 시작한 1968년이다. 55년 만에 한경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초심을 살리겠다는 의미가 크다. 이름에 담긴 뜻대로 국민과 국가에 헌신하는 것이 한경협이 지향해야 할 바다.
전경련은 재계 맏형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다. 고도성장을 일구며 산업화 시대의 기업을 위한 법과 제도적 지원을 끌어낸 공로가 있다. 하지만 정부와 재계 간 창구 역할에서 더 나아가 정경유착에 앞장선 것은 크나큰 과오였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가 결정판이었다. 삼성, 현대차 등 4대 그룹이 조직을 탈퇴했고 전경련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대적인 혁신을 모색하면서 지금에 이른 것이다.
한경협의 새 출발을 불안하게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조직의 존폐 위기까지 부른 정경유착 폐습이 완벽히 차단될 수 있는지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이 한경협에 가입하더라도 정경유착이 발생하면 즉시 탈퇴하라"고 권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준감위는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 고리를 완전히 단절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만큼 지금의 혁신안이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과거 폐단을 불식할 확고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세부 실천계획까지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다.
미·중 글로벌 패권 전쟁 속에서 한경협은 우리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자유시장경제의 수호자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선제적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현안마다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단체가 돼야 한다. 우리도 이제 높은 안목과 비전을 가진 '싱크탱크형 경제단체'가 필요하다. 그런 역할과 더불어 통합과 소통의 중심축으로 존경받는 경제단체의 어른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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