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의 뒤를 이를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보수 정통 법관'인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6기)가 지명되면서 사법부 지형도 변화가 본격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한 이 후보자는 1990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약 32년 간 전국 법원에서 재판 업무에 종사한 정통 법관이다. 2017년 서울남부지법원장, 2021년 대전고법원장을 역임했고 지난 2월부터는 서울고법에서 부장판사로 일해왔다.
이 후보자는 사법부 내에서 대표적 '보수 정통' 법관으로 꼽힌다. 지난해 7월에는 김재형 대법관 후임 후보군 3명 중 1명으로 추천됐을 만큼 재판 실력과 사법 행정 능력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라는 인연이 있다. 법학이론과 외국법제에 특히 해박한 지식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게이오대에서 연수하면서 일본 법조인과 교류가 많아 '일본통'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후보자는 법원 내에서 '소신 있는', '할 말은 하는'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2월 대전고법원장 취임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파문'을 겨냥해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법원 내 엘리트 연구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한 이력이다. 소수 실력파 법조인이 선별적으로 가입했던 이 연구회는 양승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전직 대법관이 회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법조계는 이 후보자 지명이 사법계 구도 변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이 약진하면서 진보 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 7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퇴임 전 기준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3명의 법관 중 진보 성향 법관이 7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이후 보수·중도 성향의 권영준·서영환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대법원 구도는 중도·보수 7명, 진보 6명으로 바뀌었고, 이균용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보수 성향이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 후보자가 새로운 사법부 수장이 된다면 법원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법원은 재판 지연과 '엑소더스'로 불릴 만큼 법관이 이탈이 심각한 상태로 이에 대한 위기감이 큰 상태다.
김 대법원장은 임기 동안 법원행정처 역할을 축소하고 조직의 권한을 분산해 사법부의 수평적 구도 만들기에 공을 들였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법관의 꽃'으로 불렸던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가 폐지된 이후 유능한 법관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고, 소송 증가세와 맞물려 재판 지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높다.
각급 법원에 산적한 중요 사건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의 '친노동 판결' 변화를 비롯해 제1야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도 법원으로 공이 넘어왔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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