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를 지탱해 온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스포츠용품 소매체인 딕스스포팅굿즈와 백화점 메이시 주가가 어두운 실적 전망 속에 22일(이하 현지시간) 폭락한 것이 그 신호로 간주된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좀체 꺾이지 않던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마침내 이상 신호를 보이면서 미 경제가 하강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딕스와 메이시는 학자금융자 상환 부담, 신용카드 연체율 증가, 그리고 조직적인 절도를 실적 둔화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실적 전망 하향
딕스와 메이시는 이날 지난 6월 29일 마감한 2·4회계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 회계연도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딕스의 경우 2·4분기 매출과 순익이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
CNBC에 따르면 매출은 32억2000만달러, 순익은 2억4400만달러(주당 2.82달러)로 각각 시장 예상치 32억4000만달러, 주당 3.81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메이시는 매출이 51억3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 50억9000만달러를 웃돌았지만 대규모 분기손실을 기록했다. 1년전 2억7500만달러 순익을 냈던 메이시는 올 2·4분기에는 2200만달러, 주당 0.08달러 순손실로 돌아섰다. 다만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주당 0.26달러 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 전망치 0.13달러를 웃돌았다.
그러나 두 업체 모두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특히 딕스는 올 회계연도 전체 순익 전망치를 이전 예상치인 주당 12.90~13.80달러보다 크게 낮은 주당 11.33~12.13달러로 낮췄다.
조직적인 절도
딕스는 캠핑장비 등 야외 분야 매출 둔화 등의 여파로 마진이 압박 받고 있다면서 2·4분기 마진율이 1년 전 36%에서 이번에 34%로 둔화됐다고 밝혔다.
딕스는 주된 마진 압박 배경으로 조직적인 절도를 지목했다.
제품 운송 과정에서부터 창고 보관 제품, 매장에 진열된 제품에 이르기까지 조직적인 절도와 좀도둑이 들끓어 재고가 급격하게 위축된 것이 마진을 압박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딕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나딥 굽타는 애널리스트들과 전화회의에서 "절도 사건과 조직적인 소매 매장 범죄가 예상했던 것보다 2·4분기 실적에 훨씬 더 큰 충격을 줬다"고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가 공급망 전반에 걸친 조직적인 절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신용카드 연체
메이시는 고객들의 신용카드 연체가 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WSJ에 따르면 신용카드 연체는 소비자들의 건전성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특히 메이시 백화점처럼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곳에서는 신용카드 할부구입이 많기 때문에 카드 연체는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융자 탕감 정책이 법원에서 패소하면서 소비자들이 대출금을 갚아야 하게 된 것, 또 경기둔화 속에 소비자들이 지출에 신중해진 것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제프 제닛 메이시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상당한 저축이 있지만 씀씀이에 더 신중해졌다"면서 "소비자들이 (재화구입보다) 서비스와 경험활동에 더 많이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두 업체 주가는 폭락했다.
딕스는 35.51달러(24.15%) 폭락한 111.53달러, 메이시는 2.07달러(14.05%) 급락한 12.66달러로 주저앉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