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30만원 넘는 선물도 '김영란법' 안걸려요"..개정안에 시민단체 분통 터뜨린 이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4 05:00

수정 2023.08.24 05:00

'명절 농축산물 선물' 30만원 상향에 논란 확산
권익위 "농축수산업·문화예술계 피해 고려한 결정"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2일 서울 한 하나로마트 매장에 청탁금지법 선물 상한액 인상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2일 서울 한 하나로마트 매장에 청탁금지법 선물 상한액 인상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공무원과 공직 유관 단체 직원, 교사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설·추석 선물 가격을 30만원으로 상향하면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상향을 반대하는 측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필요에 따라 손질되면서 사실상 '청렴한 사회'를 향한 입법 취지가 사라진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반면 농축수산단체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직무 관련성 있는 사람에게 선물 자체가 잘못"

2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권익위는 지난 21일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공직자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설·추석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가격 상한을 기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참석 위원 11명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자와 주고받을 수 있는 농축산물 가격을 기존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리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이 경우 평상시 선물 가액의 2배로 설정된 '명절 선물' 가액 상한은 현재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라간다.

농·축·수산물로 교환할 수 있는 온라인 상품권(기프티콘)과 영화·연극·스포츠 등 문화관람권도 선물 가능한 상품에 포함된다.

이에 대해 시만단체들은 청탁금지법 입법 취지가 훼손된 것 아니냐며 날을 세우고 있다. 선물 가격을 상향하면 공직자에게 부탁할게 있는 사람들이 더 비싼 선물을 합법적으로 보낼 수 있어서다.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게 청탁금지법 입법 취지인데 이번 개정안으로 존재 이유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선물 가이드라인이 높아져 주는 사람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권익위 의결은 금품 등의 수수를 제한하고 부정한 청탁을 금지하자는 취지로 권익위가 제안해 만들어진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스스로 훼손한다"며 "시행령 개정을 위한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의 의견부터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30만원짜리 농수산물 선물이 어떻게 미풍양속이 되고 의례적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국투명성기구도 "공직자의 도덕성과 청렴성은 국가의 근간"이라며 "직무관련자에게도 30만원까지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직자의 청렴성 근간을 허무는 청탁금지법 개정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청탁금지법 시행령에서 허용하는 선물가액은 직무관련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경우에 허용하는 것이어서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라며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식사, 선물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상식에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권익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농축수산업계, 문화예술계 등의 피해 상황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국민 4482명을 상대로 실시한 국민인식도 조사결과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이 91.2%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김홍일 권익위원장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권익위의 무관용 원칙에 입각한 엄정 대응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픽] 김영란법 시행령 상향 의결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직자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설·추석 농축산물 선물 가격 상한을 기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권익위는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yoon2@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그래픽] 김영란법 시행령 상향 의결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직자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설·추석 농축산물 선물 가격 상한을 기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권익위는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yoon2@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식사가액 10만원·선물가액 농축수산물 제외도 필요"

반면 농축수산단체는 이번 권익위 조치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 특히 청탁금지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내심 폐지까지 바라는 모양새다. 농협과 농민단체는 농축산물 판매가 확대되고 농업인 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청탁금지법이 완화돼 위축됐던 농축산물 소비가 차츰 풀리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전국한우협회, 대한한돈협회, 대한양계협회 등이 참여하는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상황과 내수 경제 위축을 고려한 권익위의 이번 조치는 명절기간 농축수산업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시행령 개정에 뜻을 모아준 국회와 정부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올해 추석 농협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 동향을 보면 20만원 초과 선물세트는 작년 대비 26.1%, 15만∼20만원 세트는 13.3% 늘었다. 이번 조치로 농축수산물 소비 촉진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협의회는 "농축수산물은 뇌물이나 금품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자랑스러운 먹거리"라며 "식사가액 10만원 한도 상향과 선물가액에서의 농축수산물 제외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의 대승적인 차원의 큰 결정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오염수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수산업계도 이번 조치로 인한 수산물 소비 증대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추석 명절을 한 달 앞둔 시점에 이번 개정안이 조속히 시행되면 수산물 판매 활성화로 어업인의 소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된다.
권익위는 이번 개정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번 추석(9월29일) 24일 전인 다음달 5일 이전에 개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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