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요새 누가 돌잔치해? '팔선 고시'에 몰리는 이유[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4 05:00

수정 2023.08.24 09:32


인기있는 돌잔치 장소로 꼽히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시그니엘 서울 '비채나'
인기있는 돌잔치 장소로 꼽히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시그니엘 서울 '비채나'

인기있는 돌잔치 장소로 꼽히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시그니엘 서울 '비채나'
인기있는 돌잔치 장소로 꼽히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시그니엘 서울 '비채나'

[파이낸셜뉴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들었던 고리타분한 멘트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를 매일 외치고 싶은 22개월 워킹맘입니다.
그대신 소소하면서 트렌디한 '요즘 육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 지에 대해 기록하고자 합니다.

미혼시절 그다지 친하지 않은 회사동료의 돌잔치 초대장을 받고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결혼식도 아닌 돌잔치까지 오라고 하다니 정말 민폐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절대 돌잔치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절대 안한다던 돌잔치 왜하게 됐나

사람 일은 장담할 수 없다 했던가. 결국 나는 요즘 소위 유행하는 호텔 돌잔치 행렬에 동참했다.
물론 양가 가족들만 모시고 한 소규모 돌잔치였다. 누군가에게 초대로 민폐를 끼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타협한 지점이었다.

사실 돌잔치를 하게 된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사진 때문이었다. 주변을 보면 웨딩스냅에 이어 돌스냅도 필수코스가 됐다. 어짜피 돌상을 차려야 하고 한복도 입고, 가족끼리 식사도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한다면 그냥 한큐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호텔 돌잔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밥값에 조금만 더 돈을 쓰면 나는 비록 호텔 결혼식을 못했어도 내 자식 호텔 돌잔치 정도는 해줄 수 있다는 욕심도 있었다.

거기에 공식적인 이유를 덧붙이자면 1년 동안 육아를 하며 가족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제대로 된 식사 한끼를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비공식적인 이유는 6개월 만에 복직할 수 있게 아이를 봐주신 친정엄마의 "돌잔치는 꼭 해야 한다"는 압박도 크게 작용했다.

돌잔치 인기장소 1순위로 꼽히는 신라호텔 '팔선'
돌잔치 인기장소 1순위로 꼽히는 신라호텔 '팔선'


팔선고시, 어떻게 통과할까

호텔 돌잔치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장소선정이었다. 대충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신라호텔 팔선이 1순위였다. 고급 호텔의 최정점에 있다는 신라호텔의 이미지와 인테리어, 팔선의 맛있는 음식, 영빈관 한옥을 배경으로 스냅사진을 찍는 것이 인기이유였다.

비슷한 이유로 한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워커힐 호텔 '명월관'도 유명하다. 만약 돌잔치 때 한복 대신 드레스나 양장을 입고 사진을 찍으려면 시그니엘 서울의 '비채나'와 반얀트리 서울의 '페스타 바이 민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곳들은 예약에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보통은 사전예약이 열리는 시점이 다 다르기때문에 미리 확인해야하고, 예약이 시작되면 재빠르게 전화를 해야한다.

팔선의 경우는 어떨까. 신라호텔 관계자는 "팔선의 예약접수 시작일은 3개월 전 15일로, 예를 들어 9월 행사를 원한다면 6월 15일부터 예약이 가능하다"면서 "전화와 온라인 예약이 동시에 가능하고 예약접수가 오전 9시에 시작되는만큼 전화와 온라인을 동시에 시도하는 것이 예약 팁"이라고 전했다.

팔선의 경우 인터넷에 올라온 후기를 읽으니 저절로 포기가 됐다. 온 가족이 예약에 뛰어들어 겨우 성공했다는 후기부터 팔선에서 돌잔치 하고 싶어 평일에 돌잔치를 한다는 사람까지 각양각색이었다.

맘카페에 따르면 그나마 최근에는 보증금액이 늘어나고 영빈관 촬영 제한이 생기면서 이전보다는 경쟁이 좀 덜해졌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돌잔치를 했던 나의 경우 애초에 팔선은 포기하고 다른 곳의 예약 오픈시간에 맞춰 전화했는데 운이 좋게 성공했다. 팁이라면 예약시작 몇초 전부터 전화연결을 시도하고 모든 것은 운에 맡겨야 한다.

장소선정 후에는 한복과 스냅, 돌상도 기다려

장소선정을 하면 절반은 끝낸 것 같지만 이제 시작이다.

의상선정이라는 큰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보통 돌잔치 때 한복을 입는 경우도 많지만 출산 후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해 비자발적으로 한복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한복 가격이다. 호텔에서 하는 만큼 고급스러운 느낌의 한복을 찾다 보면 금액은 껑충 올라간다. 아이와 엄마,아빠 한복을 빌리는 비용은 최소 100만원부터 200만원에 육박한다.

한복 가격에 놀랐다면 그다음은 스냅 촬영업체를 선정하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일부 호텔의 경우 지정한 업체가 아니면 추가 금액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의아함을 들게한다.

인기 업체의 경우 보통 반년 전에 예약을 해야 성공할 정도다. 4개월 전 예약을 시도했지만 이미 마감이 된 곳들이 많아 결국 마음에 드는 곳을 찾는 게 아니라 예약이 가능한 곳 중 그나마 나은 곳을 찾아야만 했다.

스냅촬영 비용도 보통 인화까지 포함하면 100만원은 생각해야한다.

이제 마지막 관문인 돌상이 기다리고 있다. 많은 호텔의 경우 돌상 반입 비용을 받는데, 돌상이 제휴업체인지 아닌 지에 따라 그 금액을 또 다르게 책정한 경우가 많다.

아까운 비용이 드는 것이 싫어서 제휴업체를 이용할 경우에도 돌상차림에만 최소 50만원 이상을 써야한다.

1인당 20만원에 육박하는 밥값만 생각하고 호텔 돌잔치에 뛰어들었다가 쉴 새 없이 늘어나는 비용을 보며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요새 누가 돌잔치해? '팔선 고시'에 몰리는 이유[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지]

돌끝맘, 그 위대한 이름

'돌끝맘(돌을 끝낸 엄마)'이라는 단어는 출산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생소한 단어다.


줄임말까지 새길 정도로 이게 엄마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단어인가 생각했는데 비로소 '돌끝맘'이 되니 알게됐다. 몇달 간 준비했던 돌잔치까지 무사히 끝내니 지난 1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돌끝맘'. 1년 간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한 엄마들이 받을 수 있는 훈장 같은 단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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