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11년 기른 머리 기부한 딸·헌혈 100번으로 응원한 아빠...'부전여전'은 이런 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4 11:53

수정 2023.08.24 11:53

수원동수원초 4학년 이예원양, 태어나서 한번도 자르지 않은 머리카락 소아암 환자 친구에 기부
아빠 이장현씨, 딸 응원 위해 헌혈 100번하며 동참
아빠 헌혈 100번째 되는 날 맞춰 머리카락 기부
"작은 도움 됐으면" 바람...2~3년 후 또 기부할 것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11년 동안 기른 머리를 자른 이예원양, 머리카락 길이가 무려 40㎝달한다. 이예원양 가족 제공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11년 동안 기른 머리를 자른 이예원양, 머리카락 길이가 무려 40㎝달한다. 이예원양 가족 제공
【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태어나서 11년 동안 단 한번도 자르지 않는 머리카락을 소아암 환자 친구를 위해 기부한 초등학생과 같은 시간인 10여년 동안 헌혈 100번을 하며 딸아이의 선행에 동참한 아빠가 화제가 되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수원 동수원초등학교 4학년 이예원(11)양과 아빠 이장현(47)씨다.

11년 동안 기른 머리카락 기증..."작은 도움 됐으면"
이양은 지난 19일 11년 동 길러온 머리카락을 잘랐다.

평소 '공주머리'를 좋아해 긴머리를 유지했던 이 소녀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머리카락을 자른 적이 없다.

대부분의 아이들의 경우 태어나서 100일 정도가 지나면서부터 머리카락을 자르지 시작하지만, 이양의 부모는 그러지 않았다.


딱히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였지만, 여자아이이다 보니 긴 머리를 유지해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르게 된 이양의 긴 머리는 평소 '공주머리'를 좋아하는 성격 탓에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보게 된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기부 사연을 접한 이양은 "자신도 작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이를 지켜보던 부모들도 구체적인 머리카락 기부 방법과 조건 등의 정보를 알려주며 이양의 뜻을 응원했다.

그렇게 11년은 준비해 온 이양은 무려 40㎝달하는 긴 머리카락을 어린 암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운동 본부인 '어머나 운동본부'를 통해 기증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머리카락을 자른 이양은 "너무 허전하다"면서도 "아무것도 아닌 내 머리카락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짧은 머리도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셔서 안심도 된다"며 "2~3년 후에 또 한번 머리카락을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평소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학급 친구들 중 가장 긴 머리카락을 자랑했던 이양은 이제 가장 짧은 머리의 아이가 됐다.

이양은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벌써부터 두번째 머리카락 기증을 준비하고 있다.

롤러스케이트와 달리기를 가장 좋아한다는 이양은 학급회장을 할 정도로 적극적이며 활동적이라고 한다.

이예원양 머리카락 자르기 전과 후. 이예원양 가족 제공
이예원양 머리카락 자르기 전과 후. 이예원양 가족 제공
아빠는 10년간 헌혈 100번...그 딸에 그 아빠 '부전여전'
이양이 오랜 기간 머리카락 기부를 준비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평소 아빠의 영향도 한몫을 했다.

이양의 아빠 이장현씨는 젊은 시절 교통사고를 당한 뒤 헌혈의 중요성을 깨닫고, 평소에도 틈틈이 헌혈을 해 왔다.

그런던 중 아이의 머리카락 기부 의지를 알게 되고,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헌혈 100번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아빠의 헌혈 100번이 완성되는 지난 21일을 11년 동안 길러 온 머리카락을 자르는 날로 정했다.

이씨는 "어려서부터 예원이가 헌혈 할 때 따라 다니며 주변 사람들에게 나눔 실천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아빠가 헌혈을 하는 1시간 동안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할 법도 한데 항상 아빠와 함께 했다"고 말했다.

또 "아빠와 함께 기부하고 싶다고 해서 100번째 헌혈 하는 날에 맞춰 기부할 머리카락을 자르기로 했다"며 "자식이지만 아이의 생각과 강한 의지가 대견하다"고 전했다.


특히 세 식구인 이양의 가족은 이번 기부 이외에도 수원시자원봉사센터 '나눔을 실천하는 가족봉사단'으로 활동하며 매달 봉사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가족 모두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11년 동안 기른 머리카락을 기부한 이예원양과 헌혈 100번으로 딸을 응원한 아빠 이장현씨. 이예원양 가족 제공
11년 동안 기른 머리카락을 기부한 이예원양과 헌혈 100번으로 딸을 응원한 아빠 이장현씨. 이예원양 가족 제공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