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걷잡을 수 없는 '오염수 공포'… 수산업 밸류체인 위태롭다" [인터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4 18:28

수정 2023.08.24 18:28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
"부산 경제 근간 차지하는 수산업 어업인만의 문제로 치부 안돼 수매량 확대 등 정부 대책 마련을"
"걷잡을 수 없는 '오염수 공포'… 수산업 밸류체인 위태롭다" [인터뷰]
국내 연근해 수산물 유통의 30%, 고등어 위판량의 80%를 책임지는 부산공동어시장은 새벽 동이 트기 전부터 분주하다. 24일 오전 찾아간 부산공동어시장은 여전히 진한 생선 비린내를 배경으로 바쁘게 일꾼들이 오가는 모습만 놓고 보면 평소 그대로였다. 하지만 이들의 속내는 그렇지 못했다. 그토록 마음 졸여온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이날 오후로 예고된 탓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동어시장 하면 새벽 경매 풍경을 떠올리지만 이곳에서도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
당일 경매에 오르는 수산물은 대개 전날 밤에 입항한 배에서 하역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오후 10시쯤 하역작업이 시작되면 시계는 자정이 훌쩍 넘어가기 마련이다.

야심한 오전 2시. 하역작업을 끝내고 숨 좀 돌릴 시간이 되자 누군가 와서 수산물을 꼼꼼히 골라서 집어든다. 요즘 들어 이 시간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수산물품질관리원 직원이다. 이들은 하역이 끝난 수산물에서 바로 시료를 채취하고 원에서 방사능 검사를 수행한 후 어시장에 결과를 통보해준다. 이 시간이 오전 4시에서 4시30분 즈음.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방사능 안전성 검사 결과를 중도매인에게 알리고 나면 본격적인 경매 준비가 시작된다.

이날 공동어시장에서 만난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사진)는 "경매는 수산물품질관리원의 검사 결과를 알고 나서 하지만 일부 시장이나 마트 등 최종 소비자와 맞닿은 소매처에서는 검사 관련 필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그때마다 증빙서류를 보내주고 있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일반 소비자에게는 방사능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수산물이라는 결과를 한눈에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고민이 깊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수산업종 분위기에 대해서도 "말 그대로 재난 상황이다"라고 운을 뗐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기 전부터 풍문만으로도 횟집 등이 타격을 입고 곡소리를 내는데 본격적으로 방류가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는 파고가 밀려올 것으로 본다"는 게 박 대표의 진단이다.

수산물품질관리원을 비롯해 부산시도 지자체 차원에서 '꼼꼼하게 검사하고 촘촘하게 감시합니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고 나섰고 각종 캠페인 등으로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유도하고 있지만 체감효과는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무리 과학을 강조하더라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공포심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부는 당분간이라는 단서를 내걸기도 하지만 도쿄전력이 30~40년에 걸쳐 오염수를 방류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장기 소비침체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손해는 공동어시장에서 수산물을 직접 만지는 어업인뿐 아니라 중도매인, 항운노조, 물류창고, 가공공장, 운송 등 모든 연계산업 종사자들이 나눠서 져야 할 판이다. 내수도 문제지만 수출은 또 어떤가. 부산공동어시장이 국내 수산물 수출의 30%를 책임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은 수입중단 통보를 보낸 곳이 없지만 홍콩과 같이 일본에 즉시 수입중단 통보를 내린 국가의 경우 바로 옆나라인 한국도 예의주시하고 있을 터.

박 대표는 "자구책으로 지자체의 방사능 검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은 물론 자체적으로 입항하는 배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전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게 당연하다"면서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매일 실시간으로 검사자 수, 감염자 수를 전국민에게 브리핑했듯이 수산물 검사 결과도 매일 실시간으로 전국민에게 전광판처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게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정부 수매량 확대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수매량을 유연하게 늘리고 국민들의 수산물 소비심리가 회복된 후 저렴한 가격에 유통량을 늘려 소비 촉진을 이끌어내는 게 어업인과 국민들 모두를 안심시키는 방법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 수산물은 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상인들의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소비 위축으로 인한 여파가 유통 및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뜨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지만 다시 쌓아 올리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박 대표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의 수산물 소비 위축 심리가 단순히 일시적인 경기침체 등의 영향이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위기가 길어질지 모르는 재난 상황이라는 사실을 정부가 명확하게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해주길 촉구한다"면서 "특히 부산은 수산업 연관 산업의 뿌리가 깊은 만큼 어업 종사자들만 좀 힘들고 말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더 적극적인 사실 확인 노력과 정보 공개, 홍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