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장이 선다] (17) 대구 서남신시장
대구 넘어 전국구 맛거리로
지역 최초 네이버 온라인 동네시장 선정
【파이낸셜뉴스 대구=김장욱 기자】 폭염, 집중호우, 태풍까지 겹친 데다 막바지 여름휴가가 이어진 지난 13일과 20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달구벌대로에 자리한 서남신시장을 찾았다.
시장 입구에는 '행복이 가득한 시장! 클린전통시장 인증시장! 서남신시장'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제일 먼저 반겨준다. 전통시장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간판만 봐도 우선 안심이 된다.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만날 수 있는 것이 먹거리 가게들이다. 할매 떡볶이와 바우떡볶이가 경쟁하듯 나란히 붙어 있다. 두 집 모두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간식거리를 장만하려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서남신시장 일품 떡볶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바우떡볶이'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천정은 모두 아케이드로 덮여있어 폭염과 집중호우 등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부는 매우 쾌적했다.
대구 토종 족발의 출발지라는 상징성과 30년 넘게 지켜온 족발거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장 곳곳에서는 족발가게들이 많다.
서남신시장의 원조 격인 '김주연왕족발'을 비롯해 '발군의 족발', '만원왕족발' 등 족발 명가들이 즐비하다.
도시의 전통시장마다 시장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있다. 대구의 경우 봉덕시장의 돼지국밥, 현풍 도깨비시장의 수구레국밥, 불로전통시장의 추어탕, 평화시장의 닭똥집 같은 것들이다.
■전국에서 알아주는 족발 명문거리…1987년 오픈 김주연왕족발 족발명가로 급부상
서남신시장은 전국에서 알아주는 족발 명문거리다. 재래시장마다 족발집이 수도 없이 성업하고 있지만, 이곳이 유독 인기를 많이 끄는 이유는 바로 대구 토종 족발의 출발지라는 상징성과 30년 넘게 지켜온 한결같은 맛 때문이다.
지난 1960∼70년대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프로 복싱과 프로 레슬링 붐이 일면서 구름처럼 몰려들었던 관중들이 장충동 족발집에서 뒤풀이를 하며 여흥을 달래면서 족발 요리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 당시 전국 요리로 부상한 족발이 체인점 또는 개인 점포 형태로 전국으로 퍼져나갔는데, 이 시기 서남신시장에 '김주연왕족발'이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김주연왕족발'은 서남신시장이 최고 전성기 때인 1987년 오픈하며 착실히 입지를 다졌다. 특히 식당 입구에 무쇠솥을 걸어놓고, 족발을 삶아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광고였고, 훌륭한 퍼포먼스였다.
깊은 맛, 은은한 향의 대명사 대형 가마솥은 지금도 트레이드마크처럼 여겨지고 있다.
20년 넘게 왕족발 맛집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집주인은 족발 맛의 비결에 대해 자랑했다.
첫째 비결은 신선한 재료다. 이곳에서는 20년 넘게 국내산 생고기만 고집해 오고 있다. 냉동육으로는 제대로 맛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신선한 재료에 이어 육수도 맛의 비결 중 하나다. 싱싱한 양파, 대파, 마늘에 생강가지 더해 영양에 약성(藥性)까지 더했다.
'김주연왕족발'에 이어 족발 명가 계보를 이어 간 곳은 '한상일왕족발'이다. 쫄깃한 식감을 특징으로 하는 이 집은 특히 셀럽(유명인)들이 많이 다녀간 맛집으로 유명하다. 연예인은 아이유, 유재석이, MC는 조문식과 애교머리 김종하가 이 집을 다녀갔다.
2012년 서남신시장에 들른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대구 족발을 맛본 곳도 바로 이 집이었다. '한상왕일족발'의 특징은 풍부한 양념과 함께 들어가는 한약재들. 감초, 당귀 등 8가지 약재가 족발의 깊은 맛을 더해주고 있다.
서남신시장 족발골목이 대구의 명소로 부상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거리 응원이 열리면서다.
젊은이들은 당시 응원 후 뒤풀이를 위해 시장에 몰리면서 족발집마다 장사진을 이뤘다. 특히 두류공원과 가까웠던 서남신시장은 '족발거리' 유명세까지 업고 족발집마다 긴 줄이 늘어섰다.
'김주연왕족발', '한상일왕족발'은 당시 서남신시장에 양대산맥을 이루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족발의 본질에 집중했다'라는 '발군의족발'도 달서구청의 '달서 맛나' 점포에 선정되면서 새 맛집으로 부상하고 있다. 족발 식감을 다양화해 '온족', '미족', '식족' 3단계로 구분했다. 역시 매운맛을 3단계로 세분화한 '불족' 역시 인기 메뉴 중 하나다.
'가성비 으뜸'을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만원왕족발'도 '6시 내고향' 등 방송에 소개되면서 신흥 맛집으로 부상하고 있다. MSG, 캐러멜 색소를 전혀 넣지 않고 쫄깃한 식감이 뛰어난 앞다리살만을 재료로 쓰고 있다.
그릇이 흘러넘칠 정도로 담긴 족발은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족발과 똑같은 퀄리티의 맛을 낸다.
심지어 족발 하단에는 뼈도 깔려 있지 않다.
실제 황기, 감초, 당귀 등 약 30가지 약재와 함께 삶아 웬만한 맛집 족발보다 맛있다는 소비자들도 많다.
야들야들하고 고소하면서 달콤한 1만원 왕족발은 하루에 4~5번 나눠 한 번에 30팩씩만 판매한다.
■지역 최초로 네이버 온라인 동네시장 선정
서남신시장의 족발골목은 이제 시장의 트레이드마크다.
'항상 고객의 생각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장 현대화, 상인 교육 등 사업을 펼쳐 그동안 국무총리상, 공동마케팅 최우수상, 박람회 우수시장 등 4관왕 시장으로 등극했다.
또 2019년 전국우수시장박람회에 참가해 '전통시장 활성화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올렸다.
김경락 상인회장은 "2021년 서남신시장이 지역 전통시장 최초로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에 선정됐다"면서 "현재 시장의 모든 상품 주문이 온라인, 모바일로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사이트'에서 서남신시장을 검색한 후 원하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카드나 네이버 페이 결제를 통해 대구 전역에서 배달 서비스까지 받고 있다.
■'도심형골목형시장 육성사업·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등 활성화 위해 총력
1985년 달서구 감삼동 복개도로에 형성돼 서남시장으로 운영되다 2006년 서남신시장(면적 2871㎡, 점포 140개)으로 등록했다. 대구 중심도로인 달구벌대로와 맞닿아 있어 접근성과 교통이 매우 편리한 이점이 있다.
농·수·축산, 청과·공산품 등 다양한 상품 종류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며, 아케이드와 쿨링 포그(분무 냉방 장치) 시스템, 청결한 컬러 콘크리트 바닥까지 완비돼 비가 오거나 더운 여름철에도 편리한 쇼핑을 할 수 있다.
게다가 통로가 넓어서 오가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으며,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활력이 느껴지는 전통시장이다.
달서구는 '2016년 도심형골목형시장 육성사업', '2017년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등 전통시장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고객에게 볼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시장 상점 공동 디자인 간판을 제작해 미관 향상, 특화상품 레시피 및 꾸러미 개발 등을 통해 신규 고객층 유입, 이벤트 홍보사업, 상인 서비스 역량 강화 교육 등을 통해 시장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달서구는 각 점포별로 스마트 콘센트를 설치해 전기 과부하 시 전기를 자동 차단해 안전한 환경 조성에 앞서고 있다.
안전사고 예방 및 시설물의 안전한 유지관리를 위해 폐쇄회로(CC)TV도 교체했다.
또 활기 넘치는 시장 분위기 조성을 위해 2016년 '보이는 라디오 방송국'을 개설해 행사 홍보 및 시장 방문객과의 소통을 추진하고 있다.
상인 DJ들이 시장 이슈 및 신청곡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현재 '보이는 라디오 부스'를 이용해 전통시장 최초로 언택트 문화공연 '보이는 라디오 콘서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는 서남신시장 공식 SNS와 시장 내 설치된 9개의 멀티비전을 통해 생중계된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서남신시장은 달서구에서 선정한 '달서 9경' 중 한 곳으로 활기찬 분위기, 먹거리, 즐길 거리 등으로 지역의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인근 두류정수장 부지에 대구시청 신청사 이전이 이뤄지면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전통시장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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