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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이르면 9월 파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에서 역대 최대 찬성률(재적 대비 88.93%, 투표자 대비 91.76%)을 경신할 정도로 내부에서 강경 투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 될 한국 경제에 적잖은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5년 만의 현대차 파업 조짐을 두고 귀족 노조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파업하자" 찬성률 역대 최대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오는 30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와 출범식을 열고 파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조합원 투표에서 역대 최대 찬성률로 파업 결의안을 통과시킨 만큼 중노위가 이번 주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게 된다. 노조가 파업 준비와는 별개로 회사와 실무 단위의 교섭을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이르면 9월 파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지난 25일 전체 조합원(4만45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4만3166명이 참여해 3만960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율은 96.92%에 달했고, 재적 대비 찬성률은 88.93%, 투표자 대비 91.76%다. 투표율과 찬성률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전까지는 현장투표를 고수했지만, 이번 파업 찬반투표부터 모바일 방식이 도입됐고, 내부에서도 강경 행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높은 찬성률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임단협과 관련해선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상여금 900%,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해왔다. 특히 올해는 정년 연장을 최우선 요구안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회사가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다"며 "이 같은 고임금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정년을 만 64세까지 연장하라는 것은 아무리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라고 지적했다.
현대차마저 흔들리면..수출 타격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의 여파로 작년 10월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수출은 이달까지 11개월 연속 감소세가 유력하다. 그나마 자동차 수출이 올해 1~7월 416억달러(약 55조2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을 이끄는 건 국내 최대 생산거점을 보유한 현대차다. 현대차의 올해 1~7월 국내공장 생산대수는 114만8974대로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부가가치 차종인 친환경차는 여전히 국내 생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해외 시장에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물량을 볼모로 삼은 노조가 회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라며 "현대차마저 노조 파업으로 발목이 잡히면 자동차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현대차의 노사분규가 극심했던 지난 2016년에는 노조가 24차례나 파업을 해 14만2000대의 생산차질을 빚은 바 있다. 현대차 노조 측은 "회사가 파국을 자초했다"며 "노조는 노조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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