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李 "대북송금 의혹은 망한 소설"… 檢, 사법방해로 수사 확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7 17:52

수정 2023.08.27 17:52

김성태 "대북사업 하려고 한 건
경기도·대권주자 있었기 때문"
이재명 "김성태, 조폭 출신에
평판 나빠 접근 기피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피의자가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가 검찰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에 대해 "망한 소설"이라 칭하는 등 날선 비판을 계속하는 가운데 검찰은 '사법방해' 의혹까지 수사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내달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李 '대북송금' 피의자 전환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조만간 '대북송금 의혹'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될 전망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최근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오는 30일 출석을 요구했다.

검찰의 이 대표 소환은 이번이 5번째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1번,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2번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달 17일에도 백현동 특혜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해 13시간 넘는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대북송금 수사가 이 대표를 겨누면서 양측은 소환 일정 단계부터 기 싸움을 벌였다.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 통보 직후 "당무 등으로 전혀 시간을 낼 수 없다"며 24일 출석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유선과 서면으로 30일 출석을 요구했고, 그 일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양측은 일정을 조율해 소환 시점을 정할 예정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은 지난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요청으로 경기도가 추진했던 북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500만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 측에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김성태 "쌍방울 뒤 경기도"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경기도를 대신해 거액의 비용을 낸 배경에는 대북사업 등에 대한 특혜를 제공하겠다는 경기도의 약속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당시 최종결재권자인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이 같은 '거래'를 알고 있었는지,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등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대북송금의 주체였던 김 전 회장도 이 대표의 연관성을 적극 인정했다. 김 전 회장은 법정에서 "쌍방울이 북한에서 제대로 (대북사업을) 해보고 싶었던 것은 저희 뒤엔 경기도가 있고 경기도 뒤에는 '대권주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부지사를 통해 방북 비용 지불 내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증언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그는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망한 소설 대북송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김성태는 조폭 출신에 평판이 나빠 만난 적도, 만날 생각도 없어 접근을 기피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2020년 3월 쌍방울은 김성태와 도지사가 참석하는 마스크 10만장 전달식 개최를 요청했으나 거절했다"며 "100억 뇌물 주고도 (김 전 회장과) 공식 만남이나 인증샷조차 못하는 사이라니, 줄거리가 너무 엉성하다"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그는 지난 25일에도 '수원지검표 오락가락 검찰 공소장'이라는 제목의 시각물을 올리며 검찰 수사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북송금 '사법방해' 수사 속도

검찰은 최근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재판이 연이어 파행한 것을 두고 제기된 이른바 '사법방해' 의혹 수사까지 속도를 내고 있다. 대북송금 재판이 변호인단 문제로 한 달 넘게 공전하는 상황이 이 전 부지사의 입을 막기 위한 시도인지에 대해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증거인멸 우려'가 영장 발부 사유가 될 수 있는 만큼,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검토 중인 검찰이 신병 확보 필요성에 대한 논리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이 대표의 최측근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최고위원은 지난달 이 전 부지사의 부인 백모씨와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백씨는 이 전 부지사를 대리해 오던 기존 변호인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제출했고,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이견을 보이면서 재판이 중단됐다. 이달 8일에도 이 전 부지사와 협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무법인 덕수의 변호사가 출석해 검찰과 설전을 벌인 뒤 돌연 사임하면서 재판이 파행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22일 법정에서 "피고인(이 전 부지사)이 재판에서 진실을 진술하지 못하게 하려는 누군가의 조직적 사법방해가 아닌지 상당히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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