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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로 반격 나선 中… 韓, 경제중심 기능적 협력 필요 [스페셜 리포트]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7 19:06

수정 2023.08.27 19:06

김홍재의 이슈인사이드
新 미중 패권전쟁...한국의선택은
중국 겨눈 한미일 동맹강화에 맞서
中, 브릭스 키워 美중심 질서 흔들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최근 한미일 삼각동맹에 맞서 중국이 '브릭스'(BRICS) 동맹을 강화하면서 미중 패권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한국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이 진영간 대립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한국의 경제와 외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촉발된 중국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속 물가 하락)과 부동산 위기가 자국내 내수를 위축시켜 한국의 수출 악화와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한국의 성장 동력이었던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지난 2021년 25.3%에서 올해 상반기 19.6%까지 하락하면서 수출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중 수출의존도가 줄었다는 것은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를 대체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차별화 및 고도화 전략을 통해 중국과의 교역을 기존 수직적 분업관계에서 수평적 윈윈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단절과 대립 보다는 경제를 중심으로 기능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브릭스로 반격 나선 中… 韓, 경제중심 기능적 협력 필요 [스페셜 리포트]
■ 한미일 동맹 : '브릭스 동맹' 맞불

한미일 삼각동맹은 3국간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겠지만 본격적인 진영간 대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과 대만의 긴장 고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한미일 동맹강화 등 최근의 지정학적 흐름으로 볼 때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구도는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른 경제적 분절화도 어느 정도 감수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미일 동맹강화에 맞서 중국은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5개 신규 회원국을 포함시켜 11개 동맹으로 확대시켰다. 이는 최근 한미일 동맹과 반서방 연대에 맞서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및 서구 중심 질서에 맞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엔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브릭스는 기존 5개 회원국만으로도 이미 전 세계 인구의 42%, 영토의 26%, 국내총생산(GDP)의 23%, 교역량의 18%를 차지한다. 여기에 새로 참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UAE에 아르헨티나까지 가세하면 브릭스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게 된다.

구매력 평가를 기준으로 한 GDP는 기존 5개 회원국만으로도 G7(주요 7개국·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을 능가한다. 아울러 브릭스는 정식 회원국 확대와 별개로 향후 '브릭스 우호국' 또는 '브릭스 플러스' 등의 형태로 더 많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국가들을 끌어안겠다는 전략이다.

■韓 기업·산업 부문 가장 큰 영향

새로운 미중 패권 전쟁으로 한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경제·외교 부문이다.

미중 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와 산업의 특성 상 미중 패권 전쟁은 특히 국내 기업 및 산업 전반에 가장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에서 본격화된 패권 경쟁은 단순 무역전쟁을 넘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졌고, 바이든 행정부가 첨단 산업 봉쇄로 확대하면서 진영간 대립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로 인해 대중국 수출이 줄면서 11개월째 한국의 수출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8월1~2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278억5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 줄었다. 수출 부진이 계속되면서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84억4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적자액(478억달러)의 59.4%에 달한다.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 이니셔티브) 원장은 "한국 경제는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로, 중국의 수출과 내수 확대는 한국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라며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대응해 자국내 생산을 확대하는 등 자립형 공급망을 추구하면서 한국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中 위기, 韓 성장률 하락 우려

특히 미중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중국의 디플레이션과 부동산 위기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디플레이션 진입, 높은 부채 수준과 자본 생산성 하락, 인구 고령화 등이 맞물리면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지난 4월 5.6%에서 5.2%로 하향 조정됐고, 내년 성장률도 4%대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 전세계 78개국을 대상으로 단체여행을 허가한 것도 내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란 해석이 나온다. 내부적으로 항공과 여행업체 등의 고용을 늘리고, 상대방 국가에서 중국으로 들어오는 관광객 역시 증가하면서 내수 활성화에 일조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란 분석이다. 단체관광 허용은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향후 한미일 동맹에 대한 경제적 대응 카드로 이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원장은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내수 위축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며 "한국의 대중 수출의 70% 정도가 중국의 내수와 연계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수출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4%로 유지하면서도 중국 부동산 부실 문제가 지속될 경우 성장률이 1.2%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부동산 부실 확산이 우리 경제 성장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내년 성장률도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을 반영해 당초 2.3%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한국 경제는 여전히 대중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국의 부동산 위기, 소비침체 등 차이나 리스크는 올해 하반기 가장 큰 위험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미중 갈등의 장기화는 필연적으로 중국 경제의 위축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상당히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제 중심 기능적 협력 필요"

미중 패권 전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조언은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단절이나 대립 보다는 경제를 중심으로 한 기능적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수출과 경제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을 대체할 곳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에 대한 과도한 수출 의존도를 줄이면서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수출을 늘리는 다변화 전략도 병행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가치동맹 확산, 자국 우선주의 등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불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등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첨단기술, 자원확보, 공급망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결코 포기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중국, 러시아 등 반대 진영과는 기능적 협력을 통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한국이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원천·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 중국, 러시아도 한국에 기능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개발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정책에서, 이젠 안보적 측면에서 위협 요인은 배제하되 경제 협력은 이어가는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을 강조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세계 경제는 다층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과거 미소 냉전시대처럼 양진영이 계속해서 극단적으로 대결 양상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한국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균형잡힌 무역통상 전략을 유지하면서 실익을 챙겨야 한다"면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과의 협력을 이어가되 공급망 안정을 확보하가 위한 수출 및 수입선 다변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향후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차별화, 고도화 전략을 통해 중국과의 무역을 기존 수직적 분업관계에서 수평적 윈윈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최근 중국에서 시스템반도체, 무선통신 부품, 정밀화학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해당 품목의 대중 수출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hj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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