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의 기반은 법가사상이었다. 법가는 법에 따른 엄격한 통치를 유지하지 않으면 군주의 권위가 무너지고 나라가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법을 위반한 사람을 강력하게 처벌하면 모두가 법을 지켜 질서가 유지되고 강한 국가가 된다고 인식을 가졌다.
법가사상은 진나라에서 철저하게 이행됐다. 법을 위반하거나 저항하는 사람들에게는 가혹한 형벌을 내려 법에 순응하게 만들었다. 특히 중국 역사 첫번째 황제인 진시황은 법가사상을 철저히 따르며 국가의 힘을 키웠다. 또 힘을 바탕으로 혼란·분열의 춘추전국시대의 마침표를 찍었다.
성공의 방정식이었던 '법가사상'은 통일 이후에도 이어졌다. 정복한 나라에서도 진나라의 엄격한 법과 가혹한 형벌을 그대로 적용했다. 도처에서 불만을 터져 나왔지만 가혹하게 진압했다. 하지만 통일 이후 법가사상은 성공 방정식이 아니었다. 진나라는 통일 이후 고작 5년만에 수많은 반란과 싸우다가 멸망했다.
진나라 이후 중국을 통일한 왕조는 한나라다. 한나라도 법가사상을 따랐지만 근본정신은 '유가사상'이었다. 유가는 예(禮)나 덕(德)을 통해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한나라는 부침이 있었지만 400년 이상 지속했다.
고리타분한 옛날 중국 역사를 최근 국내에서 잇따르고 있는 흉기난동에 비춰보고 싶다.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이후 쏟아진 온라인상 '살인 예고글'이 전국에서 500건에 육박하면서 사회의 불안을 키웠다. 이에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살인 예고글' 작성자에 대해 3~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법안이 나오기도 했다.
강한 처벌은 혼란을 잠재우는데 적절한 대처가 될 수 있다. 다만 역사를 보면 처벌의 효과는 단기적이다. 또 다른 촉매가 등장하면 처벌로 숨었던 분노는 다시 폭발할 것이 분명하다. 처벌과 함께 우리 사회에 내 분노를 치유할 대책도 함께 나와야 한다는 의미다. 진나라의 엄벌주의는 5년 만에 무너졌고 덕을 강조한 한나라의 유가사상은 400년 이상 이어졌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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