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13년만에 성사된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프로덕션을 올리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오리지널 세트 스케줄 확보였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제작사 에스앤코 측에 따르면 전세계 4~5개 정도의 '오리지널 세트'만 존재한다. 초연 후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30년 넘게 동시 공연된 유일한 작품인데다 웨스트엔드에선 지금도 37년째 공연 중이니 세트 확보가 녹록치 않은 것. 이번 한국어 공연에선 프로덕션 디자이너 마리아 비욘슨의 초연 디자인으로 제작된 비엔나 프로덕션 무대(1988년)를 영국에서 공수해왔다.
1986년 초연 이래 1억6000만명을 매혹시킨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명작 '오페라의 유령'이 부산에 이어 서울에서 신드롬을 이어가고 있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 비밀 7가지를 정리했다.
①30년 넘는 '유령 장인' 모인 오리지널 프로덕션
협력 안무가 데니 베리는 1988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댄스 캡틴을 맡으며 작품과 인연을 맺은 뒤 2018년 작고한 질리언 린을 대신해 안무를 맡고 있다. 협력 세트디자이너 조나단 앨런은 프로덕션 디자이너 마리아 비욘슨의 어시스턴트로 초연 프로덕션에 참여한 후 전 세계 프로덕션을 담당하고 있다. 협력 의상디자이너 질 파커 역시 1988년 도쿄 프로덕션부터 비욘슨의 어시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밖에 협력 조명디자이너 마이클 오담은 이번 한국어 프로덕션이 64번째 '오페라의 유령'이다.
②17층 규모 파리 오페라하우스를 무대로
파리 오페라하우스는 17층 규모로 '거대한 웨딩 케이크'와 같이 웅장하고 화려하다. 웨버는 실제 파리 오페라하우스처럼 거대하면서도 내부의 미궁과 같은 느낌이 무대 위에서 구현되길 바랐다. 비욘슨은 이에 유령의 은신처인 지하 호수와 연인이 사랑을 속삭이는 루프탑 등 상징적 공간을 '부분'만 제작해 그 위용을 드러냈다. 2막을 여는 화려한 가면무도회 장면의 경우 건물 내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Y자 모양' 계단을 구현했다.
또 2230m의 천으로 제작된 드레이프가 쳐진 백스테이지에서 연습하는 발레리나들과 문·거울로 꾸민 여주인공 크리스틴의 분장실이 오버랩되듯이 펼쳐지는 장면이다. 이렇듯 '레이어'는 '상징성'과 함께 무대 디자인의 핵심 키워드다.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지하 호수 신(사진)이다. 분장실 거울 뒤로 나타난 유령이 크리스틴을 이끌고 지하계단으로 내려가는데, 이 장면은 마술처럼 등장한 281개의 촛불과 드라이아이스의 양과 녹는 속도를 정교하게 조정해 연출한 자욱한 안개로 인해 어느새 푸른빛의 신비한 지하 호수 신으로 바뀐다.
③시청각 효과로 완성한 신출귀몰 유령
관객은 무대 객석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유령의 경고'를 듣는다. 이런 음향 효과는 유령의 '깜짝' 등장과 연결돼 있는데 소리에 집중하다 놓치는 경우가 있다. 바로 1막에서 유령은 무대 프로니시엄과 천사상에서 실제 등장해 아찔하게 샹들리에를 조정한다.
④가장 많은 의상 체인징은 11번의 크리스틴
벨 에포크 시대를 고증한 220여벌의 의상이 사용된다. 유령의 슈트와 2막 매니저 사무실에서 크리스틴이 입는 푸른색 의상은 초연부터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크리스틴은 극중극으로 등장하는 오페라 의상을 포함해 총 11번, 최다로 의상을 갈아 입는다. 가면무도회 장면에서 어릿광대 의상은 100겹의 천을 덧대 제작했다. 이번 한국어 프로덕션의 의상은 호주와 한국에서 제작했다.
⑤유령의 아이덴티티, 마스크 제작의 비밀
원작소설 속 풀 마스크와 달리 공연에선 배우들의 연기 등을 위해 반쯤 가린 마스크로 디자인됐다. 마스크는 각 배우의 얼굴 윤곽에 맞게 맞춤 제작된다. 무게감이 없을 정도로 가볍지만 내구성이 뛰어나다. 얼굴이 닿는 면은 가장 얇으면서도 부드러운 고급 가죽 올드 잉글리시로 보호한다. 이번 한국어 프로덕션에서 처음으로 3D기술을 도입했다. 최소 3시간 이상 걸렸던 본을 뜨는 작업이 축소됐다. 마스크는 배우별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유령을 맡은 배우의 숫자만큼 존재한다. 만일을 대비해 예비 마스크도 준비한다.
⑥웨버표 오페라 극중극 3편
작품 속에서 극중극으로 등장하는 3편의 오페라는 모두 웨버가 새롭게 작곡한 작품. 실제 파리 오페라하우스에서 인기 있었던 레퍼토리에서 착안해서 작곡했다. 1막 '한니발'과 '일 무토' 그리고 2막 '돈주앙의 승리'가 그것들이다. '한니발'은 새로운 프리마돈나로 등극하는 크리스틴과 'Think of Me'를 만날 수 있는 명장면으로 당시 파리 오페라하우스의 화려함과 크리스틴의 신데렐라와 같은 스토리를 드러낸다. '일 무토'는 바람피우는 백작 부인의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로 유령의 저주와 그 유명한 샹들리에 추락 사건이 일어나며 유령과 크리스틴의 갈등을 드러낸다. 그리고 2막의 '돈 주앙의 승리'는 유령과 크리스틴의 고조되는 감정과 유령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넘버 '돌아갈 수 없는 길(The Point of No Return)'은 극적인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⑦'오페라의 유령' 음악의 리프라이즈 묘미
하나의 곡을 다양하게 변주하는 '리프라이즈'의 묘미가 두드러진 작품이다. 이제 막 사랑을 확인한 라울과 크리스틴의 러브송인 'All I Ask of You'는 그들의 사랑을 목격하고 괴로워하는 유령이 부를 때는 슬픔의 떨림과 분노의 호령으로 불리어진다. 분장실에서 멕지리와 크리스틴이 부르는 'Angel of Music'은 크리스틴을 지하 호수로 인도하는 유령의 몽환적인 분위기의 노래로 바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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