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걸 털어간다고?" 알프스 해발 2,400m 올라 '기부금' 훔친 도둑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9 04:10

수정 2023.08.29 13:27

모금함 문 심하게 찌그러진 채 발견
[로이커바트 페이스북 캡쳐. DB 및 재판매 금지]
[로이커바트 페이스북 캡쳐. DB 및 재판매 금지]

[파이낸셜뉴스] 스위스에서 가장 위험한 등반로에 설치돼 있던 기부금 모금함이 털린 것으로 알려져 산악인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7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전문 등산 장비를 갖춘 도둑들은 암벽에 부착된 강철 사다리와 케이블을 이용해 다우벤호른 봉우리(약 2,900m) 아래 해발 8천 피트(약 2,400m) 높이에 있는 모금함을 노렸다고 한다.

도둑들이 지나온 루트는 스위스에서 가장 길며 알프스에서 가장 험난한 등반로를 뜻하는 레벨 K5 '비아 페라타'(via ferrata)로 지정된 곳이다. 비아 페라타는 가파른 암벽에 케이블, 철계단 등 인공 구조물을 설치한 등반 루트를 말한다.

이들은 도구를 이용해 모금함을 부수고 400∼500 스위스 프랑(약 400파운드, 약 66만 7천 원)을 훔쳐갔다.


이 모금함은 '로이커바트 등반클럽'이 바위투성이 등반로의 유지관리비를 모으기 위해 가져다 놓은 모금함으로, 앞 문이 심하게 찌그러진 채 열려 있었다고 한다.


모금함 위에는 "당신의 기부금이 우리 모두를 위해 쓰인다"는 클럽 팻말이 붙어 있었다.

로이커바트 등반클럽 이사회 멤버 패트릭 그리칭은 독일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은 평범한 등산객이 아니다"라며 "모금함은 드라이버 정도로는 열 수 없는 육중한 크기"라고 말했다.


로이커바트 클럽 측은 X(옛 트위터)에 "대체 이들이 누구일까요?"라며 이번 절도 행각이 등반가들을 존중하지 않는 "심대한 모욕"이라고 규정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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