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양치기 소년"된 소방시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8 21:09

수정 2023.08.28 21:09

소방시설 오작동으로 양치기 소년이 된 소방시설 정비 필요
오작동 원인 파악, 소방기관 및 소방시설 신뢰 회복과 시민 안전불감증 해소
[기고] "양치기 소년"된 소방시설

이솝 우화(Aesop's Fables) 혹은 아이소피카(Aesopica)는 고대 그리스에 살았던 노예이자 이야기꾼 아이소피카가 지은 우화 모음집이다. 약육강식의 냉혹한 현실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그와 결부된 지혜와 처세의 직접적인 교훈을 주는 우화이다. 이중 페리 인텍스 210번이 "양치기 소년" 이야기가 있다. “양을 치는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소란을 일으킨다. 그 동네의 어른들은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 무기를 가져오지만, 헛수고로 끝난다.
양치기 소년은 이런 거짓말을 여러 번 반복한다. 결국 어느 날에 정말 늑대가 나타나서 양치기 소년은 소식을 알렸지만 어른들은 더 이상 양치기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고, 아무도 도우러 가지 않았다. "양치기 소년의 모든 양이 늑대에 의해 잡아먹힌다.” 이것이 우리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불이야" 하면 사람들이 대피를 하면서 119에 신고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소방시설 발전으로 벨이 울리면 대피를 하면서 119에 신고를 한다. 자동화재속보설비(이하 자
속설비)를 설치되면서 사람이 근무하고 있지 않아도 화재가 발생하면 자동화재탐지설비(이하 자탐설비) 감지기가 작동, 자속설비에서 119상활실로 자동으로 신고하는 체계
를 갖추게 됐다. 하지만 소방시설 오작동이 늘어나면서 시민들은 소방시설 벨이 울려도 대피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소방시설이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한 것이다. 시
민이 대피하지 않는 이유는 또 오작동이겠지 하는 마음이다. 이것이 안전불감증이다. 시민은 화재나 사고가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 하지만 보고 나면 늦을 때가 많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3년간 자속설비 관련 신고 건수는 2018년 1만5964건, 2019년 1만7919건, 2020년 2만4157건이며 대상물별로는 요양원 2567건 병원 2541건, 빌딩 1929건, 창고 1804건이었고, 계절별로는 여름철(7~8월) 1만6072건이며 상기 3년간 자속설비실제 화재는 0.7%, 비화재는 99.3%다. 소방력 손실과 소방시설에 대한 신뢰 저하는 물론 더 나아가 거주자 및 이용자들의 안전불감증에 의한 무 대응(피난)에 따른 대형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자속설비 오작동 출동의 근본 원인은 자탐설비 등 소방시설이 오작동을 일으켜 자속 설비가 이를 인식해 소방기관에 자동으로 신고하는 것으로 실제로는 자속설비는 잘못이 없다. 자탐설비 감지기 등 소방시설 오작동이 잘못이다. 이 중 감지기 오작동이 가장 많다. 따라서 세 가지를 개선해야 한다. 첫 번째, 소방시설 제품에 대한 내용년수를 지정하는 법 개정으로 감지기 등 소방시설을 교체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 두번째, 소방제품 제조를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질 좋고 저렴한 가격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경쟁하게 해야 한다.
세 번째, 기존 자속설비 대상에 대해 신뢰성 높은 아날로그감지기 및 적응성 감지기 교체토록 하는 강행규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오작동에 따른 국민의 안전불감증 해소와 소방 출동력 방지, 소방시설 신뢰 회복으로 대형인명피해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
서울 이태원사고처럼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 것(Think the unthinkable)이 대형사고를 대비하는 길이다.

정해득 일산소방서 중산119안전센터장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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