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묘소가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0일 경기 남양주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 있는 박 전 시장의 묘소 비석에 검은색 스프레이가 뿌려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묘소를 찾은 방문객이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문객은 박 전 시장의 유족 측에 묘소 상황을 전했고, 유족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묘비에 적힌 박원순 이름 위에 검은색 스프레이가 뒤덮여 있었고 현재는 검은색 천으로 묘비를 가려놨다.
박 전 시장의 유족 측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난 이지형 변호사를 통해 "고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분묘를 훼손하는 행위는 인간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며 "처음이 아니라서 가족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바로 자수하지 않으면 이미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만큼 반드시 색출하여 엄중히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하는 등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지난 2020년 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 전 시장은 같은 해 7월 고향인 경남 창녕 선영에 안장됐다.
그러다 이듬해 9월 한 20대 남성이 '박 전 시장은 성추행범으로 나쁜 사람인데, 편히 누워 있는 게 싫었다'며 삽으로 묘소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 유족들은 박 전 시장 묘를 모란공원으로 이장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모란공원에는 청년 노동자 전태일 열사를 비롯해 서울대생 박종철 열사, 인권 변호사 조영래 등 40여년간 민주화운동을 하다 희생된 민주 열사들의 묘역이 있다.
이와 관련해 여성단체들은 박 전 시장 묘의 모란공원 이장은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성범죄 의혹이 불거졌던 박 전 시장이 민주화 운동 열사들의 성지로 불리는 모란공원으로 가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모란공원은 사설 묘역이라 유해 안장에 대한 별다른 조건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모란공원 측은 "여기는 일반 공원 묘지"라며 "민주화 열사들이 많이 모셔져 있어 외부에는 그렇게(민주화 운동의 성지) 알려진 측면이 있지만 유해 안장에 대한 기준이 따로 있거나 심사하는 곳은 아니다"고 설명한 바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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