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신선한 소고기를 양념해 날로 먹는 '육회(肉膾)'가 '6회(Six times)'로 번역돼 메뉴판에 적혔다. 우리나라 사람이 보기에는 우스운 번역 실수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럽다 못해 음식에 대한 브랜딩이 손상될 우려까지 나올 요소다. 사골을 푹 끓여낸 곰탕이 네 발로 걷는 곰(Bear) 스프가 되거나 칼국수가 식칼(Knife)로 면을 만든 음식이 되는 것은 더 이상 우습기만 한 사례가 아니다. 그릇된 표기법을 웃어넘기다 보면 어느새 올바른 이름을 잃어버리고 이내 음식의 정체성까지 희미해지는 것이다. 한국 홍보 전문가로 알려진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올해 5월 페이스북을 통해 "김치를 '파오차이'로 옮겨적은 사례를 국내에서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농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한식명을 영어(로마자 포함), 일본어, 중국어(간·번체)로 표기함에 있어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정확한 한식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국정과제까지 승격된 'K푸드'의 세계 진출에 중요한 요소여서다.
임경숙 진흥원 이사장은 "한식메뉴 외국어표기가 어려웠던 한식당과 주문이 불편했던 외국인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표기법 변화에 맞게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한식당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식포털 사이트를 통해 메뉴에 따른 언어별 번역을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접근성이 높은 포털 내 번역에서는 '웃픈' 번역이 여전하다.
정작 K콘텐츠의 하나로 인정받은 먹방(먹는방송)은 'mukbang'으로 고유명사처럼 쓰고 있지만, 외국인들이 직접 찍는 '먹방' 속 한식메뉴 표기는 어설픈 경우가 많다.
김치국물에 면을 말아 먹는 '김치말이국수'는 구글 번역에서 김치에 돌돌 말아(wrapped) 먹는 국수로 오역됐다. 이 결과 많은 '먹방러' 들이 면을 김치에 싸먹는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한식 관련 정보를 습득한 경로는 '인터넷 매체'라는 답변이 83.7%(중복 응답)로 가장 많다. 인터넷 속 오역이 자칫 한식에 대한 오해까지 불러올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K푸드를 기반으로 농식품 수출 목표로 100억달러를 잡은 농식품부도 올바른 한식 표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13년 김치의 공식 명칭으로 '신치'를 개발했고, 지난 7월 파리에서 '2023 프랑스 파리 케이푸드 페어(K-Food Fair)' 를 개최해 시식행사 등 한식 세계화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올해 3·4분기까지 이슈키워드에서 K푸드가 한식·김치·떡볶이 등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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