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KBS가 오늘(8월 30일) 열릴 정기이사회에서 사장 해임을 논의한 가운데 김의철 사장이 "사장 해임 제청안 제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김의철 사장은 "KBS의 여권 추천 이사 5명은 이사 구성이 여권 6명 대 야권 5명으로 재편되자마자 저에 대한 해임안을 이사회 긴급안건으로 제출했다"며 "당장 오늘 열릴 정기이사회에서 사장 해임을 논의한 뒤, 향후 열릴 임시이사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라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에 대한 해임제청은 지난 5월말 한상혁 방통위원장 해임이후 정부 여당이 진행해온 일련의 과정 연속선상에 있다"며 "30년 동안 유지돼 온 TV수신료 통합징수 제도를 아무런 사회적 논의 없이 한 달 만에 폐지했고, KBS 이사장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EBS 정미정 이사 등 공영방송의 야권 추천 이사 4명을 한 달여 만에 해임했다. 권익위 조사와 감사원 감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해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KBS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렸다"며 "그때마다 KBS 구성원들은 국민과 함께 공영방송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여권 이사들의 이번 사장 해임안 제청은 이러한 KBS 구성원과 국민의 노력을 정면으로 저버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권 이사들은 저에 대한 해임을 제청하는 사유로 △대규모 적자로 인한 경영 악화, △직원 퇴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 △불공정 편향 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추락 등으로 인해 사장으로서 직무수행이 부적절한 점을 들었다"며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이 든 사장 해임 사유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거나 주관적 판단에 따른 주장에 불과하다"며 "해임제청안에 명시된 해임 사유 가운데 어떤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번 해임제청은 부당하며, KBS와 대한민국 공영방송 제도의 정치적 독립을 전면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진행될 이사회에서 해임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성실히 소명하겠다"며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당당하게 법적 대응을 포함해 대한민국 대표 공영미디어 KBS를 지키기 위해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과 한국방송공사 임직원 여러분,
KBS 사장 김의철입니다.
KBS의 여권 추천 이사 5명은 이사 구성이 여권 6명 대 야권 5명으로 재편되자마자 저에 대한 해임안을 이사회 긴급안건으로 제출하였습니다. 당장 오늘(8월 30일) 열릴 정기이사회에서 사장 해임을 논의한 뒤, 향후 열릴 임시이사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저에 대한 해임제청은 지난 5월말 한상혁 방통위원장 해임이후 정부 여당이 진행해온 일련의 과정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30년 동안 유지돼 온 TV수신료 통합징수 제도를 아무런 사회적 논의 없이 한 달 만에 폐지했고, KBS 이사장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EBS 정미정 이사 등 공영방송의 야권 추천 이사 4명을 한 달여 만에 해임했습니다. 권익위 조사와 감사원 감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해임입니다.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등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관련된 핵심 기관의 책임자들도 줄줄이 쫓겨났습니다.
그 목적은 굳이 설명드리지 않아도 잘 알 것입니다.
저는 KBS가 어떠한 정치적, 상업적 압력에도 흔들림 없이 진정으로 독립적인 공영방송이 되는 데 온몸을 바치겠다는 일념으로 사장직에 지원했고, 사장 임기 내내 KBS의 공영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지금까지 KBS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렸습니다. 그때마다 KBS 구성원들은 국민과 함께 공영방송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싸웠습니다.
여권 이사들의 이번 사장 해임안 제청은 이러한 KBS 구성원과 국민의 노력을 정면으로 저버리는 일입니다.
여권 이사들은 저에 대한 해임을 제청하는 사유로 △대규모 적자로 인한 경영 악화, △직원 퇴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 △불공정 편향 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추락 등으로 인해 사장으로서 직무수행이 부적절한 점을 들었습니다.
저는 이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대규모 적자에 대해서는 먼저 국민 여러분과 KBS 구성원들에게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KBS의 주 수입원은 수신료, 광고, 콘텐츠판매수익인데 광고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광고정보시스템을 전사적으로 구축하는 등 하락폭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해 대비 40% 넘게 위축된 지상파 광고시장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와 함께 강도 높은 재정안정화대책과 비상경영을 통해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심정으로 비용을 긴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 악화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KBS 임직원 여러분.
공영방송 KBS는 상업성, 영리성을 우선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KBS의 존재 의의는 사라집니다.
재난방송, 지역방송, 국제방송, 대북 방송, 장애인방송, 대하드라마, 비인기 스포츠 중계 같은 다른 상업방송이 하지 않는 공적 책무를 KBS는 어떤 상황에서도 충실히 이행해야만 합니다. 경영적자 폭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KBS의 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은 사장인 저에게 있지만, 경영 악화에 대한 구조적·환경적 요인과 그간 기울여온 자구노력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2022년 한 해의 적자와 2023년 반기의 성과로만 해임 사유를 삼는 데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여권 추천 이사들은 또 직원들의 퇴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을 해임 사유로 들고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축이 돼 밀어부친 TV수신료 분리징수가 가시화됐던 지난 6월부터 각 직능단체를 필두로 직원들의 사장 찬반 투표가 있었습니다. 퇴진 찬성률은 90%가 넘는 협회부터 50% 미만인 경우까지 다양했습니다.
여권 추천 이사들은 사장 해임제청안에서 “대다수 직원들이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어 리더십을 완전 상실해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일부 직원들이 사장 퇴진 요구를 했다고 해서 회사가 통제되지 않는다거나 방송에 차질을 빚는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특히 올해 11월에 방송 예정인 정통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을 비롯해,대한민국 웃음 부활 프로젝트인 <개그 콘서트>, 나훈아와 임영웅을 잇는 추석특집 대기획 콘서트 <ㅇㅁㄷ 지오디> 등 하반기에 방송될 프로그램들도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회사의 시스템 역시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의 사장 퇴진 요구를 해임 근거로 삼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이 근거가 받아들여진다면 앞으로 KBS 사장은 인기에 영합해, 직원들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일에 대해서는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여권 추천 이사들은 불공정 편향 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추락 등으로 인해 사장으로서 직무수행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해임 제청의 또 다른 사유로 내걸었습니다.
그러나 이사들의 주장과 달리 KBS는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 받는 언론으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KBS는 4년 연속 압도적인 신뢰도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 외 공신력 있는 대부분의 매체 조사에서 KBS는 영향력과 신뢰도 1, 2위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미디어의 힘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KBS가 신뢰도와 영향력 1, 2위를 유지한 사실은 큰 성과로 평가해야 마땅합니다. ‘대국민 신뢰 추락’이라는 주관적 평가를 근거로 이사회가 사장을 해임하려고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합니다.
나머지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직무유기 및 무대책 일관이나 △고용안정 관련 노사합의 시 사전에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유는 여권 추천 이사들의 주관적인 판단으로서, 사장 해임의 근거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선 수신료 분리징수와 관련해 공사는 정부가 추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의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 분리징수가 가져올 국민혼란과 공영방송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 등에 대해 입장 발표와 더불어 정부에 신중히 추진할 것을 호소를 한 바 있습니다. 시행령 개정 공포 즉시 헌법재판소에 심판청구를 요청하였으며, 시행령 개정에 따라 공사 내 위기대응, 재무대책, 법률대응, 한전과의 협상을 담당하는 테스크포스를 각각 운영하며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석 달간 이사회에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보고를 올린 것이 6차례에 이릅니다. 이렇듯 여러 차례 이사회 보고를 거친 뒤 그에 따라 대응을 했음에도, 이사회가 ‘직무유기’ 또는 ‘무대책’이라며 사장을 비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고용안정 관련 노사합의의 경우 두 차례 이사회에서 여권 추천 이사들이 “경영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으면 반드시 이사회 의견을 거쳐달라”고 요청했고, 저는 “경영권과 관련해 법률 검토를 거쳤고, 경영권을 침해하는 합의는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답변하였습니다. 실제로 경영권을 침해하는 내용은 노사합의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노사합의 관련 기본 사항을 이사회에 보고하는 등 사장의 책임을 다했는데도, 사전에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며 해임 근거에 포함한 것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KBS 임직원 여러분.
여당 추천 이사들이 든 사장 해임 사유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거나 주관적 판단에 따른 주장에 불과합니다. 저는 해임제청안에 명시된 해임 사유 가운데 어떤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번 해임제청은 부당하며, KBS와 대한민국 공영방송 제도의 정치적 독립을 전면 훼손하는 행위라 판단합니다.
KBS의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가 여권 위주로 구성을 바꾸자마자 가장 먼저 사장 해임에 나선 것에 큰 유감을 표합니다. 수신료 분리징수 위기 속에서 KBS가 어떻게 국민들께 최대한의 혜택을 드릴지 숙고하는 대신, 정부여당의 공영방송 길들이기에 이사회가 동참한 데 대해 우려를 금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앞으로 진행될 이사회에서 해임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성실히 소명하겠습니다. 그리고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당당하게 법적 대응을 포함해 대한민국 대표 공영미디어 KBS를 지키기 위해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년 8월 30일
KBS 사장 김의철 드림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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