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전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2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남성은 범행 전 휴대전화 번호를 세 차례 바꾸고 기기를 초기화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화내용 은폐 하는 등 치밀한 범행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 형사3부(조석규 부장검사)는 살인미수죄로 A씨(27)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4일 오전 10시께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해 교사 B씨(49)의 얼굴과 옆구리 등을 흉기로 10여 차례 찌르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을 위해 통화내역을 은폐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등에 따르면 A씨는 범행 전 인터넷에 비공개 설정이 돼 있던 B씨의 재직 학교를 알아내기 위해 다른 교사에게 물어보거나 학교 누리집을 확인해 직접 학교에 전화하는 방식으로 B씨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를 확인했다. B씨가 재직 중인 학교 학사일정을 확인한 A씨는 방학식 직전인 지난달 14일 흉기를 챙겨 B씨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 이후 A씨는 개학식 다음 날인 지난 4일 다시 학교를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교사들과 학교에 대한 통화내역을 감추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범행 직전까지 휴대전화 번호를 세 차례 변경했다. 그는 기기 초기화 등 통신자료와 인터넷 사용기록을 삭제해 추적을 차단하려는 치밀함까지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일 A씨는 다른 교사들에게 "피해자와 미리 연락하고 왔다"고 거짓말해 경계심을 풀게 한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피해망상에 의한 '이상동기 범죄' 진단
검찰은 A씨가 정신질환 피해망상으로 특정인 대상의 이상동기 범죄를 벌인 것으로 진단했다.
당초 A씨는 B씨를 비롯한 다수의 교사와 동급생으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조사 결과 A씨는 과거 안 좋은 기억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 정신질환 피해망상으로 사실과 다른 감정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전의 한 정신병원에서 치료받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의사에게 입원 치료를 권유받았으나 추가적인 치료는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임상심리평가 결과 재범 위험성이 '높음'수준으로 나오자 검찰은 재범 방지를 위해 A씨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함께 청구했다.
검찰은 A씨가 앓고 있는 정신질환이 범행 동기로는 작용했지만 A씨가 범행의 범죄성과 위법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만큼 범죄 행위 자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심신장애로 인한 감경 사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B씨의 건강 상태 확인 및 가족 면담 등을 통해 범죄 피해로 발생한 경제적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생계비와 자녀 학자금 등을 긴급 지원했다"라며 "적극적인 공소 유지로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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