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저위험 권총, 실효성 있나… "규정 완화 먼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30 18:10

수정 2023.08.30 18:10

警, 3년동안 1인1총기 보급 계획
기존 리볼버 권총 10분의 1 위력
규정 탓 테이저건 사용도 쉽지 않아
공무 집행 법적 정당성 확보돼야
저위험 권총경찰청 제공
저위험 권총경찰청 제공

#. 지난 26일 30대 후반 남성이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서 흉기로 자해 소동을 벌여 경찰과 2시간 30분 가까이 대치한 끝에 체포됐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오른손으로 흉기를 심장에 대고 있어서 매우 위험했고 테이저건 등 사용이 불가능했다"며 대치가 길어진 이유를 전했다. 위험한 상황에서 잘못 물리력을 사용할 경우 경찰에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경찰은 테이저건을 사용하는 대신 '치킨과 소주' 제공을 선택했다.

흉기 난동을 비롯한 각종 강력 사건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저위험 권총' 도입을 발표했다.
현장에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했다. 그렇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품는 분위기였다. 까다로운 규정 탓에 테이저건도 제대로 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위험 권총을 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사고가 날 경우 책임을 피하기도 어려워 망설이게 된다는 지적이다.

■ "사람마다 효과 달라"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3년 동안 저위험 권총 약 2만9000정을 보급해 지역경찰 인원대비 1인1총기 수준으로 보급을 완료할 목표를 세웠다. 현재 저위험권총은 3인 1총기 정도로 보급돼 있다.

저위험 권총은 기존에 경찰이 주로 사용하던 38구경 리볼버 권총과 달리 실탄이 아니라 플라스틱 재질의 탄환이 쓰인다. 10m 이내에서 성인 남성의 허벅지를 향해 쏘면 6㎝가량을 뚫는 정도다. 38구경 리볼버 권총의 10분의 1수준의 위력이 있다. 피의자에게 쏴도 몸통을 관통해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미치지 않고 피의자의 뼈도 뚫지 못하는 정도다.

저위험 권총에 대해 현장 경찰과 전문가는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서 과장급 중간관리자 A씨는 "제압이 궁극적인 목적인데 플라스틱 탄을 쏘면 패딩점퍼를 뚫지 못할 수도 있다"며 "대상에 상관없이 동일한 효과가 나야 한다. 보조 무기로 저위험 권총을 도입하면 몰라도 아예 38구경 리볼버 권총에 대한 대체 총기라면 범인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져 경찰과 시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테이저건도 현장에서 부족한 상황이다. 대한민국에서는 현실적으로 1인 1테이저건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영식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생명을 박탈할 수 있는 위험성이 낮아진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사실 경찰이 38구경 리볼버를 쏘더라도 생명을 침해하지 않게 노력해야 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 법적 책임부터 줄여야

근본적으로는 총기 사용 시 법적 책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저위험 권총의 위력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급소에 맞으면 여전히 생명에 위협이 될 가능성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정 B씨는 "총기를 사용해서 사람이 다치면 경찰 개인에게 형사 및 민사 책임이 생긴다"며 "형사 처벌받으면 파면 되고 형사 처벌이 아니라 민사 책임을 져도 수많은 돈을 자기가 배상해야 하니까 누가 총을 쏘려 하겠나"고 토로했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일단 경찰이 독직폭행으로 고소당해 실형 또는 집행유예를 받으면 경찰직을 내려놔야 한다"며 "유가족들에 의해 손해배상 청구를 받으면 그게 1억~2억원이 아니라 10억~20억원 수준이 되니까 감당을 못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저위험 권총 도입 논의를 하기보다는 경찰들이 정당한 공무 집행을 할 수 있도록 법적 정당성을 확보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관련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9일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국가배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경찰관이 살인, 상해, 폭행, 강간, 추행, 절도, 강도,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피의자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로 처벌받을 때 감면받을 수 있다는 규정에 '흉기를 소지한 특수공무집행 방해, 특수협박 관련 범죄 피의자'를 추가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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