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에 나오는 대사다. 한 마디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로지 직진하겠다'는 뜻이다. 영화에서처럼 도박판에나 어울릴 법한 말이지만 국내 증시에 그대로 대입해도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테마주 '광풍' 때문이다.
올해를 2차전지주로 시작한 테마주 열기는 초전도체주, 맥신주, 양자컴퓨터주로 이어졌다. 중국의 단체관광객 허용으로 주목받은 유커 귀환주,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물 관련주와 소금주 등을 제외했음에도 이 정도다. 기업이 해당 테마와 연결돼 있는 지는 관심조차 없다. 테마주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공지문을 회사 홈페이지에 올려놔도 주가가 10~20%씩 급등한다.
"누구 누구는 얼마를 벌었다더라"는 뜬소문에 너 나 할 것 없이 '묻지마 투자'에 뛰어든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10%를 넘지만 빚투(빚내서 투자)는 늘어나고, 이는 곧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 된다. 지난 17일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조557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에 도달했다.
그 사이 테마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순환매가 빨라지는 등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초전도체주로 꼽히는 서남의 경우 이달 회전율(25일 기준)이 무려 2106%에 이른다. 전체 종목 평균 회전율(35%)의 60배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이 앞다퉈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에 따른 뇌동매매를 지양하라"고 충고하지만 탐욕에 눈이 먼 개미들에게는 '쇠 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묻고 더블로 간' 첫 번째 종착지는 '남 좋은 일 시키기'다. 주가가 급등하자 대주주나 회사 임원들이 보유주식을 내다 팔아 '먹튀' 논란을 불러왔다. 2차전지주 금양과 에코프로비엠의 임원들이 그랬고, 초전도체주 신성델타테크의 주요 주주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사이 벌어진 일이다. 대주주나 임원 등의 주식 매도는 주가가 고점에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리고 그 피해는 개미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 종착지는 '빈손'이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들어왔다가 되레 큰 손실을 보고 나가는 개미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시장의 수급이 받쳐주지 않거나 다른 테마주로 급속히 빠져나갈 경우 손을 쓸 도리가 없다.
특히 최근 테마주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테마주들의 주가 흐름을 복기해봐도 성공 확률이 높은 투자는 아니었다. 단기간에 급등했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할 뿐이다. 투자자를 끝까지 웃게 해준 테마주는 하나도 없었다.
이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개미들의 똑똑한 선택을 기대한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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